
‘뉴스 사막(News Desert)’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가 매년 발간하는 <지역뉴스 현황(The State of Local News)> 보고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미국에는 우리 시․군․구에 해당하는 3,100개가 넘는 카운티가 있는데, 이들 카운티별로 언론매체의 현황을 제시함으로써 뉴스 사막화 진행이 심각하다고 알리고 있다.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3,200개가 넘는 신문이 사라졌으며 작성 기준 지난 1년 동안 130개 신문이 문을 닫았다. 일간신문이 주간신문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전역을 언론매체가 있는 카운티와 없는 카운티로 구분해 표식하면, 사막과 같은 빈 곳이 많고 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지역언론의 암울한 현실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가 된다.
우리는 어떨까? 언론매체 수로 보면 뉴스 사막은커녕 ‘뉴스 정글’에 가깝다. 2025년 4월 23일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을 보면, 일반 일간신문 343개, 일반 주간신문 1,274개, 특수 일간신문 40개, 특수 주간신문 1,686개, 외신신문 87개, 인터넷신문 12,567개다. 잡지, 뉴스통신, 방송 등 다른 언론매체를 제외한 것이 이만큼이다. 이들을 2015년 말 기준 수치와 비교해 보면 각각 17.5%, 7.2%, -61.9%, -5.1%, 17.6%, 98.0%의 증감률이 파악된다.
10년 사이 일반 일간신문과 일반 주간신문은 늘었고, 특히 인터넷신문의 증가는 예상처럼 폭발적이다. 해당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지역언론 역시 늘었다. 언론매체의 양적 성장이 우리 언론의 건강성을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매출액, 종사자 수 등의 증가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정체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크게 늘어난 언론매체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의 전반적 현실에 만족하는 시민은 매우 적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더욱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유사’ 언론매체의 난립은 언론매체에 대한 시선을 더욱 차갑게 하고,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는 언론매체를 각종 미디어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 언론 현실을 한계기도 하다. 유사 언론매체는 불법이 아니라 비법의 영역으로 실질적 규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유사 언론매체와의 차별성이라는 것을 시민에게 각인시켜 이 점에서 평가받아야 하지만 난망할 뿐이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언론 관련 자율규제기구를 적극 알리고 강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있다. 1961년 출범한 위원회는 언론매체가 윤리 규범을 준수하는지를 심의하고 결과를 발표․통보하고 있다. 현재 참여 서약사는 130개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과 135개 온라인신문에 달한다. 여기에는 한국신문협회 회원사가 상당수다. 이들은 유사 언론매체 등과는 달리 외부 기관에 자신의 저널리즘 행위를 평가받고 있다. 스스로 언론매체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공적 지원의 강화와 시민의 관심이 절실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