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피고인 윤석열의 변호인

2025-02-06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내란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변호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우호 세력으로 여기는 청년을 대상으로 국민변호인단을 모집하면서 밝힌 그의 언행에서 형사재판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가망 없는 법정보다는 장외에서 여론전이나 펼치겠다는 속셈이다. 궤변, 무논리, 비논리가 법률가 앞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으니, 지지층을 끌어들여 재판에 영향을 미쳐 보겠다는 술책이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이익 대변자로서 법정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언론을 이용해 우호적 여론 형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미디어를 사이렌처럼 활용한다. 단시간에 널리 퍼트려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언론이 솔깃할 자극적이고 선동적 언어를 써야 한 줄이라도 보도되고 관심을 끈다. ‘반법치 세력과 거룩한 싸움’ ‘유혈 사태도 없었는데 왜 내란?’ ‘정치적으로 편향된 헌법재판관’ ‘판사 쇼핑’ 등 법률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언사들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을 일개 재판관이나 법관이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체계 부정도 서슴지 않는다. 사법기관을 유린하고 법관을 겁박한 반국가세력을 두둔하기도 한다. 이런 언동이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실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재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수사기관, 피의자·피고인, 변호인 등 형사 절차의 관련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법적, 정치적, 개인적 목적을 위해 언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은 일반화되어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다양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여 의뢰인을 대변하는 것을 효과적 변론 방법으로 여긴다. 수사 경찰이나 검찰은 언론을 통해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대중에 각인시키려 애쓰고, 변호인은 대중의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유리한 여론을 일으킬 목적으로 언론을 활용하는 전략을 쓴다. 여론몰이가 형사사건에서 공격과 방어의 중요 수단이 되었다. 12·3 계엄처럼 사건의 경과가 언론 매체에 낱낱이 보도된 상태라면 혹여 있을 수 있는 앵커 효과(Anchoring effect), 즉 먼저 알려진 정보가 영향력 크다는 첫인상 효과를 떨쳐내려 언론 대응을 더 과감히 한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거나 법정형이 무거운 사건일수록 변호인은 절차적 하자나 증거의 위법성, 재판의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의뢰인 이익 지키기에 열 올린다. 그것이 법과 직업윤리 테두리 내라면 문제 될 것 없지만, 그러다가 때때로 선을 넘기도 한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변호인의 공격적 전략이 선을 넘고 도가 지나치면 공판정에서의 공격·방어가 아니라 언론이 소송을 끌고 가는 꼴이 될 수 있다. 언론에 의해 형성된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위험성도 있다. 물론 법치국가의 공고한 사법 시스템에서 재판이 언론과 여론에 흔들리지도 않지만, 흔들려서도 안 된다. 그러나 감정을 섞거나 이념의 잣대로 재판부를 비난하고, 재판 시작도 전에 판사의 자질과 성향까지 들먹이면 법관은 이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불필요하게 애를 써야 한다. 의뢰인의 대변자로서 변호인은 승소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증거인멸이나 위증교사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의뢰인의 거친 말들을 그대로 받아서 근거 없는 예단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공격하고, 사법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거나 재판 진행 중에 판결 불복을 내비치는 변호인의 언행은 의뢰인에게 득이 될 리 없다. 변호인은 의뢰인의 보호자이므로 충실한 방어권 행사를 돕는 보조자 역할을 우선 생각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이라는 공익적 지위도 떠올려야 한다. 변호사의 사명이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늘 새겨야 한다. 피고인 윤석열의 변호인은 변호사의 사명과 지위에 관한 변호사법을 한 번이라도 읽어나 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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