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지 규제 완화,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2025-02-18

정부의 농지제도 개혁의 밑그림이 나왔다고 한다. 본지가 최근 국회 등을 통해 입수한 초안은 이용·전용 범위의 확대, 농지 소유·임대차 규제의 완화, 농지 보전·관리체계 개편 등 세가지 축이 골자다.

가장 주목을 끄는 점은 농지 취득 후 자경 의무기간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3년 후에는 자율적으로 임대차를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속·이농 등으로 인한 농지 소유 상한 기준 1㏊(3000평)도 폐지하고, 비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위임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1996년 ‘농지법’이 시행된 후 자경 의무기간을 8년으로 규정해왔는데 그동안의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밝힌 구상은 농지 거래의 유동성과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농지 규모화·집단화 등을 촉진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유통·체험 시설 등 농산업 전방위적으로 농지를 활용할 수 있어 농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식량자급률 49%, 곡물자급률 22%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농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얼마나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대규모 투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스위스·독일·일본 등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많은 국가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농지 취득후 자경 의무화 기간을 5년으로 정한 뒤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농지의 안정적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방소멸 극복과 농업생산성 제고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농지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정부는 고심 끝에 내놓은 구상에 대해 향후 이해관계자나 전문가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치겠다고 밝힌 만큼 실천을 당부한다.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농지 확보 로드맵도 함께 제시해주길 바란다. 농지 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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