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저장량 충분한데”…산지·정부 ‘대립’

2025-02-20

정부가 외국산 신선양파 5000t에 대해 수입권을 공매한 것을 두고 산지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산지에선 2024년산 양파 저장량이 충분한 데다 올해산 조생양파 수확을 한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외국산 신선양파를 들여오는 것은 시장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2월 시세가 비교적 높고, 감모율을 고려하면 3월엔 저장량이 부족한 만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TRQ 양파 5000t 수입권 공매 시행=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1일 외국산 신선양파 1차 수입권 공매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이어 18일 양파 5000t에 대한 수입권 공매 입찰을 시행했다.

입찰한 물량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관세가 50%에 불과하다. 기존 양파 관세가 135%이므로 5000t에 대한 국내 도입 가격은 크게 낮아진다. 해당 물량의 수입 이행 기한은 3월7일까지로, 수입권을 배정받은 업체는 이날까지 수입 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산지, “방출 시기 안 좋고 3월말까지 저장량 충분”=생산자단체는 반발했다. 한국양파연합회·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한국농산물냉장협회 등 4곳은 1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TRQ 양파 수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2022∼2023년 TRQ 양파 공급량을 20만t으로 확대하면서 농가·유통인이 손실을 보고 생산기반을 잃었다”면서 “국산 양파값이 오르면 민간에서 자연스레 수입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대비 양파 시세가 조금 올랐다고 해서 정부가 앞장서서 수입량을 확대하는 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1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상품 1㎏당 1552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평균(1264원)보다 22.8%, 평년 2월(1310원)보다 18.5% 높다. 그러나 양파값 급등세는 최근 일이다. 2024년 7∼12월 양파 경락값은 평년 수준인 상품 기준 1100∼1200원대를 유지했다.

조생양파 출하 전까지 시중에 남은 물량이 충분하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제1차 마늘·양파 중앙주산지협의회’ 자료를 보면 1월말 기준 2024년산 양파 재고량은 16만8000t으로 전년 대비 1%, 평년과 비교해서는 4% 증가했다는 것이다. 강선욱 경남 함양농협 조합장은 “국민의 양파 한달 소비량을 8만t으로 본다”며 “조생양파 출하 시점인 3월말까지 소비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방출 시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조생양파는 3월25일 전후에 출하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산 극조생양파는 3월15일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지 관계자들은 “민간 수입업자들이 수입권을 배정받은 즉시 TRQ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므로 1차 TRQ 물량 5000t이 2월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반입돼 시장에 공급되면 극조생·조생 양파 출하 시기와 겹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감모율 고려하면 저장량 많지 않아”=정부는 저장량 수입권 공매가 저장량 조기 출하를 독려하기 위한 신호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비축 물량이 있긴 하지만 감모율까지 고려했을 때 정상 품위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도 정부와 시각이 비슷하다. 양파 경매사 A씨는 “올해 저장 잔여물량이 전년보다 15∼20%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여름 이상고온으로 양파가 단단하지 못해 저장성도 떨어진다”고 전했다.

양파 경매사 B씨는 “지난해 양파 파종 때 비가 많이 내려 파종 시기가 전년보다 열흘 정도 늦어졌고 결주율도 높다”며 “3월말에는 조생양파 출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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