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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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들이 함께 주인이 없는(혹은 없다고 생각한) 거액의 돈을 발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한 주말드라마가 종영했다. 보통의 주말 가족 드라마가 그러하듯 결국 가족간의 갈등, 화해, 그리고 약간의 로맨스를 곁들였고, 가족이 함께 거액의 돈을 훔쳐 결국 처벌을 받게 되는 권선징악의 요소도 적절히 섞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타인의 재물을 탐내고, 훔치기까지 한 것은 큰 잘못이나, 누구나 한 번쯤 하늘에서 큰돈이 뚝 떨어지는 상상은 하기 마련이라 드라마의 인기가 좋았던 것 같다.
결국 주인공 가족은 벌을 받았고, 또 돈을 돌려주기는 했었기에 드라마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으나, 드라마 내용과 같이 여러 명이 함께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어 현실에서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어쩐지 나쁜 짓은 함께 하면 책임이 가벼워질 것 같지만, 법은 정반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 드라마 속 가족들은 함께 돈을 훔쳤기 때문에 일반 절도가 아닌 특수절도에 해당한다. 일반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형법 제329조)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절도를 저지른 경우의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31조). 특히 특수절도죄는 법정형에 벌금형이 없는 중죄에 해당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혼자 범죄를 저지르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수절도죄로 입건되는 경우가 많다. 입건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길 가는데 옆에 오토바이를 보고 친구가 저거 타고 가자고 하길래 같이 타고 갔어요” 라거나 “친구랑 같이 무인가게에 들어갔는데 친구가 돈 내지 말고 그냥 나가자고 해서 같이 나왔어요” 라는 식이다.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구랑 같이 하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중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도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미 저지른 경우 적절한 대응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특수절도만 ‘특수’ 범죄가 아니다. 특수폭행, 특수협박,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형법에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합동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특수’범죄로 규정해 더 중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 폭행죄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특수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일반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 반면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소위 ‘패싸움’이 단순한 싸움으로 끝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특수폭행죄가 성립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겁을 주겠다고 친구 두세 명과 함께 가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특수협박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다수가 한다고 옳거나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다들 하니까 나도 해볼까 하다가는 특수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