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알들을 지키기 위해 뱀 허물로 둥지를 꾸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냐 로워 코넬대학교 척추동물 박물관연구팀은 지난달 생태학 학술지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The American Naturalist)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새 둥지에서 뱀 허물이 발견된 최초의 보고는 1889년에 나왔다. 생태학자 앨런 옥타비안 흄은 '인디언 새들의 둥지와 알'(The nests and eggs of Indian birds)이라는 책을 통해 수 많은 새 둥지에서 말린 뱀 허물을 발견했다며 “새들도 미신을 믿는 걸까?”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이후로도 새 둥지에서는 종종 뱀의 가죽과 허물 등이 발견됐다. 대부분 뱀이 탈피하고 버려진 허물로 확인됐지만, 이 역시도 희소하기 때문에 새들이 구하기는 어렵다.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새들이 뱀 허물에 집중하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코넬대 연구팀은 뱀 가죽이 있는 둥지와 없는 둥지 140개 이상을 비교 관찰했다. 여기에는 과거 관찰 기록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뱀 허물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고 기생충, 진드기, 벼룩 등 해충을 막아 새들이 선호한다고 봤다. 하지만 뱀 허물이 있는 둥지와 없는 둥지 사이 균 수와 해충 유무는 차이가 없었다.
다른 가설은 '포식자'를 막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뉴욕주 코넬대학교 캠퍼스 근처 숲에 메추리알을 놓은 둥지 145개를 설치했다. 65개는 나무 옹이 안에, 나머지는 흔히 '둥지'하면 떠오르는 컵 모양대로 설치했다. 그리고 각각 둥지들 절반에는 뱀 허물을 넣었다.
그 결과 나무 옹이안에 들어간 둥지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메추리알의 부화 기간에 맞춰 14일간 관찰한 결과 뱀 허물이 있는 옹이구멍 속 둥지는 그렇지 않은 둥지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보존됐다. 뱀 허물이 메추리알을 노리는 쥐 같은 작은 포유류들을 막은 것이다.
다만 컵 모양의 둥지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실제로도 새들은 컵 모양으로 지은 둥지보다 옹이구멍 안에 만든 둥지 안에 뱀 허물을 많이 사용했다. 뱀 허물 유무는 약 6.5배 정도 차이가 났다.
로워 박사는 “뱀 허물의 어떤 점이 포유류를 쫓아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뱀 가죽의 냄새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의문을 남겼다.
이와 관련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국립대학교 생태학자 로스 크라테스는 “일부 새들이 둥지로 들어오는 포식자를 막기 위해 뱀처럼 '쉬-쉬'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발견했다”며 “둥지에 뱀이 있다고 가장하는 것이 물리적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작은 구멍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