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내부 차량 외관 품질 검사장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 보행 로봇 '스팟'이 분주히 움직였다. 차량 생산의 마지막 단계를 이 네발 달린 로봇이 사람 대신 도맡다시피 했다. 스팟은 장착된 카메라로 위치를 옮겨가며 사람이 보기 어려운 부위를 꼼꼼하게 촬영했다. 촬영 이미지는 종합통제센터로 보내져 기준 달성과 미달 여부를 판단한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첨단 공장이다.1000대 가까운 로봇이 사람이 했던 어렵고 까다로운 공정에 대신 투입됐다. 이런 특징은 공장 외관에서부터 확연히 나타났다. 자동차 공장에서 들리는 특유의 요란한 굉음이 들리지 않다시피 했고, 건물 외관 역시 하얀색으로 마감해 공장 보단 연구소 느낌에 가까웠다.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 공장’
차량 패널을 생산하는 프레스 공정에도 로봇의 역할이 컸다. 우선 6800톤(t)급 고속 프레스 5대가 연신 강판을 누르며 차량 패널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량 패널은 로봇이 100% 정렬하고 운반한다. 차체공장에서는 더 다양한 로봇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란색 로봇팔들이 일사불란하게 용접과 차량 조립 과정을 진행했다. 로봇과 AI, 비전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조립 시스템으로 차체 공장의 자동화율을 100%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립 중인 공정 사이 차량 운반은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이 담당한다. 각 조립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운반할 땐 자율이동 로봇(AMR)이 등장한다. AMR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완성된 차량을 사람이 아닌 주차 로봇이 이동시킨다. 로봇 한 쌍이 앞바퀴와 뒷바퀴를 각각 들어 올려 차량을 주차한다. 다른 완성차 공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일을 로봇이 하는 셈이다.

HMGMA 투입된 로봇은 950대에 달한다. 자율주행 운반 로봇 200여대, 주차 로봇 48대, 용접 및 도장 공정에 700여대가 투입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비전과 첨단 제조기술 역량을 집약한 공장”이라고 말했다.
소음 제로 공장 ‘현대차 공장의 미래’
HMGMA에서는 귀마개를 한 작업자를 찾아볼 수 없다. 다른 공장과 달리 소음이 적어서다. 이 공장엔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원래 의장 공장은 조립을 위해 차체를 이동시키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하는데 이 작업을 AGV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구를 배터리로 사용하는 점 역시 소음을 줄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일반 완성차 공장은 공기압을 활용한 공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소음이 발생한다.

인간 친화적인 공장 설계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장 천장 아치형 유리창에서는 자연광이 공장 내부로 들어온다. 전등 불빛에만 의존해 어두컴컴했던 기존 완성차 공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장 내부에는 공정 중간중간 작업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적용한 첨단 생산 공정을 국내 공장 등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HMGMA 준공식에서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건 현지에서 더 공격적으로 판매를 늘려가기 위한 차원"이라며 "동시에 국내 생산과 수출도 늘리겠다. 고용 감소 등 국내 근로자들의 불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엘라벨(미국 조지아주)=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