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용병을 모집하기 위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더우인 등에는 러시아군 입대를 권유하는 광고 영상이 수개월째 그대로 게시돼 있으며, 일부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이 엄격히 검열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중국 당국이 해당 콘텐츠를 방치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광고 영상들은 러시아 국적의 인플루언서가 중국어를 하며 등장하거나, 중국 자막을 덧댄 러시아 국방부의 홍보 영상 등 다양한 형태다. 내용은 대체로 강한 남성상을 부각하고 “힘을 보여주라”, “남자가 돼라” 등의 문구로 도전 의식을 자극하며, 입대 시 최대 20만 위안(약 3900만원)의 계약금과 월 1만8000위안(약 35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다.
또 일부 영상에서는 실제 러시아군에 입대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해 “나는 새해가 지나면 전장에 나간다”면서 모집 절차를 설명하고, 숙소·의료·육아 혜택이 함께 제공된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과 10일 연속으로 중국 국적자들이 러시아군에 복무 중이라며, 최소 155명의 중국인이 러시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체포된 중국인 2명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중국을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무력 분쟁 지역에 가지 말고 군사 작전에 가담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무책임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중국 소셜미디어의 높은 검열 수준을 감안할 때 이런 광고가 장기간 유통된다는 사실 자체가 당국의 묵인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저널리스트 차이징이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에 입대했던 한 중국인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 중국인은 “전쟁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개인적 동기와 경제적 요인이 입대 이유였다”고 밝혔다.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 부대에 소속돼 있었다고 밝힌 그는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선택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 비자가 더 쉽게 나오고, 러시아가 중국을 돕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 러시아를 택한 중국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쟁의 잔인한 현실을 중국에 알리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면서, 중국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외국 용병 모집을 부인하고 있으나, 외국인 자원봉사자의 참전은 허용하고 있다. 차이징은 우크라이나 측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병사도 소수 존재한다고 전했으나, 러시아 측에 비해 그 수는 훨씬 적다고 덧붙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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