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절규…카드 수수료 때문에 못 살겠다

2024-10-06

매출 늘었으나 마진율 고정됨에 따라 카드 수수료 부담만 늘어

석유유통협회 등 설문 조사 결과 적자 주유소 5곳 중 1곳 집계

카드 이용률 증가와 함께 부담 늘어…고객도 연간 3000억 부담

【에너지타임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중동 위기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높이 유지되면서 주유소 업계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실제로 영업이익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되레 줄어드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신용카드 수수료다. 주유소 고객도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한국주유소협회와 공동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만668개 주유소 중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 자가상표주유소 등을 제외한 8638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대상 주유소 중 12.7%인 1101개 주유소가 답변했고, 고유가가 계속된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이라고 답한 주유소가 63.3%인 686개 주유소로 집계됐다. 또 2% 미만이라고 답한 주유소는 87.3%인 945개 주유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0.1~0.5%인 주유소는 31.5%인 341개로 가장 많았고, 적자를 낸 주유소도 18.5%인 200개에 달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인 주유소는 12.7%인 138개 주유소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유소 경영환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설문 조사 응답자 중 82.9%인 899개 주유소가 10년 내 문 닫을 것이라고 답했고, 9.3%인 101개 주유소는 1년 내 문 닫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유통협회 측은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주유소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유소 경영환경이 위기에 내몰린 이유 중 하나로 주유소 카드 수수료가 손꼽히고 있다. 카드 이용률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환경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40년 동안 유지된 카드 수수료율과 함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가격에 세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과 주유소 고객이 세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업계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은 1.5%다. 주유소 90.3%인 980개 주유소가 주유소 업종 최고 수준인 1.5% 카드 수수료율을 받고 있고, 정부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0.5~1.25% 인하 혜택을 받고 있는 주유소는 9.3%인 101개다.

현행 카드 수수료율 체계는 매출액 기준으로 이뤄져 있고, 석유제품가격 중 절반에 가까운 유류세를 포함하고 있는 주유소 업종은 정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에 배제될 수밖에 없다. 실제 매출액보다 매출액이 2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박현동 석유유통협회 상근부회장은 “(주유소 카드 수수료가) 1.5%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부담은 3%를 넘어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석유제품가격 중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1967년 도입된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과 준조세를 통칭한다. 보통 휘발유 기준으로 유류세에 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의 세목이 붙고 있다.

통상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최종 판매액의 50% 수준임을 고려하면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1500원이라면 유류세가 750원인 셈이다. 다만 유류세 세목 중 교통세·주행세·교육세 등은 주유소 산업과 관련이 없는 세목이 다수 있으나 정유사가 부담해야 하는 세목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목이 석유제품가격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주유소로부터 유류세를 징수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카드 수수료는 석유제품가격에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카드 수수료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카드사는 이익을 낼 수 있으나 주유소는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고유가로 석유제품가격이 올라 그만큼 주유소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났고 주유소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휘발유 기준 리터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주유소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나 주유소가 부담해야 하는 카드 수수료도 비례적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다만 마진율이 고정돼 있어 주유소 매출이 늘어나도 영업이익률이 고정될 수밖에 없고, 카드 수수료 부담이 더해져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유가에 주유소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유류세 카드 수수료를 주유소가 부담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40년 넘게 고정된 카드 수수료도 주유소 경영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박현동 부회장은 “주유소 카드 수수료가 1.5%를 적용받은 지 40년이 지났고, 반면 주유소 카드 이용률은 초창기 10~20% 수준에서 100%에 가까운 97~98%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같은 이유로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업계 불만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2021년 통계청 기준으로 주유소가 낸 카드 수수료는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 초창기 주유소 카드 이용률 10%일 때 카드 수수료는 600억 원이었으나 100%에 이르면서 6000억 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카드 이용률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카드 수수료에 대한 주유소 부담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린 최근 주유소 경영환경이 열악해진 배경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주유소 카드 수수료는 주유소 고객 의도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카드 수수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 부회장은 “결과적으로 주유소는 카드 수수료를 석유제품가격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어 주유소 고객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주유소 고객은 2021년 기준으로 주유소 카드 수수료는 6000억 원에 달하고 단순 계산으로 유류세가 절반 정도임을 고려하면 카드 수수료 6000억 원 중 절반 정도인 3000억 원은 세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다.

주유소 고객은 주유하면서 유류세를 내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별도로 카드 수수료 3000억 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석유유통업계를 둘러싼 업황은 상당히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 수수료를 40년째 그대로라는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고, 적어도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정부가 수용하기 힘들더라도 최소한 요구는 받아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응답 주유소 중 90.1%인 977개 주유소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고, 54.0%인 589개 주유소가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카드 수수료율을 0.5~0.6%라고 답했다.

한편 석유유통협회는 주유소협회와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비롯한 주유소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건의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진행 중인 카드 수수료율 체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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