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파키스탄의 무병 씨감자 생산단지

2025-02-25

매서운 추위에 자꾸 두툼한 겉옷을 집어 들고 나선다. 날씨 때문일까, 불현듯 고려 때 문익점이 주머니에 넣어 온 목화꽃이 생각났다. 이후 목면나무 재배와 면포 생산이 가능해져 서민들도 솜옷을 입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목화씨 덕분에 삼베에서 솜옷으로 ‘옷감의 혁신’을 이뤘다.

감자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씨감자다. 감자의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은 씨감자의 품질에 달려 있다. 더욱이 개발도상국은 씨감자가 부족하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식량 자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은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로 ‘씨감자의 혁신’을 달성했다. 물과 양분을 자동 분사하는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이고, 망실재배로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방식이다. 볼리비아·에콰도르 같은 감자 원산지로도 역수출하는 ‘한국형 씨감자 생산 기술’이다.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감자 생산량이 9번째로 많은 나라지만, 역시나 부족한 씨감자가 걸림돌이었다. 종자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식량자급률과 농업생산성 향상에도 한계가 따랐다.

농진청은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2020년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 파키스탄센터를 설립했다. ‘무병 씨감자 자급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하면서 파키스탄 농업연구청(PARC)과 씨감자 자급을 위해 협력했다. 수경재배 기술 보급, 망실하우스 구축 등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씨감자 165t을 생산했다. 저온저장고,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갖추며 전국 단위 보급 인프라를 강화했고 현지 연구원을 한국에 초청해 씨감자 조직 배양과 생산기술을 교육했다.

최근 파키스탄에선 ‘씨감자 종합 생산단지’가 확장 준공됐다. 수경재배온실 6동, 망실하우스 37동, 저온저장고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씨감자 16만t을 보급하고, 씨감자 자급률을 3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농진청은 파키스탄 KOPIA 사업을 성공 모델로 케이(K)-농업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기 위한 플랫폼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지 환경에 최적화한 맞춤형 기술 지원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지원할 방침이다. 농진청의 국제 협력은 단순히 기술이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대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반 성장의 여정을 함께할 것이다.

겨울철 따듯한 옷감의 씨앗인 목화씨처럼,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나라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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