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가 영화라는 매체를 탄생시켰듯 인공지능(AI) 시대에 예술가들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장르를 창조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소설(SF) 작가 켄 리우(49)는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첫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종이동물원’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을 처음으로 석권한 그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SF 작가다. 11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중국계 미국인인 리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트업 등에서 개발자로 일했으며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이후에는 변호사이자 지적재산권 재판의 ‘전문 증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MCT페스티벌 국제 컨퍼런스에서 문화와 기술의 미래에 대한 강연 참석 차 한국을 찾았다.
리우는 AI 시대 예술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시, 소설, 그림 등 기존 예술의 모방을 넘어 새로운 예술 장르의 탄생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진기가 발명됐을 당시에는 화가들에게 위기였지만 결국 사진은 예술가의 도구가 됐고 이후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까지 탄생했다”며 “예술가들이 AI를 활용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끝이 정해져 있는 추리소설 대신 ‘살인 용의자’라는 AI 캐릭터를 만들고 독자들이 직접 신문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식의 장르가 나타날 수 있다”며 “모든 독자가 각자 다른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고 AI 캐릭터는 새로운 창작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술가들이 새로운 장르를 현실화시키려면 AI의 잠재력에 대해 탐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우는 또 기술을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는 SF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개미집 없는 개미, 벌집 없는 벌을 상상할 수 없듯 기술 없는 인간은 존재하기 힘들다”면서 “기술은 인간 본성의 일부가 됐고 SF라는 장르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SF의 본질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SF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신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18년 출간된 SF의 효시 ‘프랑켄슈타인’을 예로 들었다. 소설 속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어낸 '창조물'은 실낙원을 읽으며 인간의 언어를 배운다. 리우는 “이는 최근 나온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한 은유”라고 지적하며 “SF 장르에서 기술은 하나의 상징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