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톈(易中天) 샤먼(廈門)대 교수. 중국에서 이름 높은 인문 학자다. 중국 전통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강연으로, 책으로 풀어낸다. 『삼국지 강의(品三國)』 『사람을 말하다(品人錄)』 등 여러 저서가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초청으로 서울에서 삼국지 강연을 갖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요즘 중국 증시에서 회자하고 있다. ‘이중톈(易中天) 주식’이 그것. 신이셩(新易盛)·중지쉬촹(中際旭創)·톈푸퉁신(天孚通信) 등 3개 종목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만든 신조어다. 이들 모두 최근 폭등하고 있는 AI 반도체 관련주다. 전기 신호를 광(光)신호로 바꿔 칩 데이터 전송 속도를 크게 높이는 통합광페키징(CPO) 기술 회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폭등세가 시작된 건 지난 4월 9일이었다. 신이셩의 경우 당일 49.94위안이던 주가는 지난 주말 357.98위안까지 치솟았다. 5개월 만에 약 616% 오른 셈. 같은 기간 중지쉬창 역시 665% 뛰었고, 텐푸퉁신도 322% 상승했다. 도대체 4월 9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날 딥시크는 새 언어모델 V3.1을 발표한다. 시장은 새 버전보다 그날 함께 공개된 다른 사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후 모델은 차세대 국산 칩에 맞춰 설계될 것’이라는 발표였다. 엔비디아에 의존하던 AI 칩을 중국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중국 AI 칩 기술이 그 정도 올라왔다고?’ 시장은 환호했다.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 등 AI 반도체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 증시에 ‘AI 50 지수’가 있다. SMIC·캠브리콘 등 AI 관련 대표 종목 50개를 바탕으로 만든 지수다. 신이셩·중지쉬촹 등 ‘이중톈’ 종목도 포함됐다. 그들의 활약이 지수를 견인했다. 덕택에 AI 50 지수는 지난 4월 9일 이후 80% 넘게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대중국 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온 건 지난 4월 말. 중국 AI 관련주는 이 소식에 더 탄력을 받았다. 지난 7월 H20 수출 규제는 풀렸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노(No)’했다.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때 국산 칩 비중을 50% 이상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 지방 정부는 기업이 국산 칩을 사용할 경우 구매 비용의 30%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중톈’ 주가는 이 모든 걸 반영하고 있다.
대학교수 ‘이중톈’은 요즘 강연장이 아닌 증시에서 인기가 더 높다. 그에 대한 각광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