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하루를 생활하는 동안 우리는 크고 작은 변수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반가운 변수들도 있지만, 마음에 괴로운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일들도 있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해도 대개는 생활에 큰 지장을 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를 투자하여 대처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이 마음속에 찾아와 우리의 시선을 낚아채면 나 자신을 돌보는 활동을 포함하여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에 더는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마음의 핸들’ 운전, 지금 여기에 주목
스트레스 속에서 지친 우리의 마음속에 찾아와 나를 뒤흔드는 생각들은 다양하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생각, 자기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섣불리 단정하고 비난하는 생각, 괴로웠던 일들에 대한 기억의 반복되는 침습,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두렵고 위협적인 미래 사건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들의 언행과 안위에 대한 걱정 등등.
이러한 고통스러운 생각들에 “낚인” 상태가 되면 우리의 행동이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데 예컨대 다른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어져 스스로 고립되기도 하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무기력하게 보내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생각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이러한 행동들은 보통 나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고 생활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방향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다시 마음의 핸들을 운전하여 “지금 여기”로 집중을 회복하고 오늘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듣기평가나 악기연주에 임하듯, 지금 하는 일에 집중을 모아 보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마음이 산란해지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여전히 일하고는 있어도 효율이 저하되며 스스로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반면에 스트레스 속에서도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집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들을 좀 더 잘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자기효능감이 유지되고 추가적인 스트레스 발생의 가능성도 작아진다. 스트레스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예컨대 커피숍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지인과 대화하는 활동을 통해서도 훈련할 수 있다. 음료를 마실 때 마치 이 음료수를 처음 맛보는 것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음료의 색깔을 눈으로 관찰하고 코를 잔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향을 음미한다. 잔에 입을 대어 천천히 조금씩 음료를 입 안에 담아 음료가 치아와 혀에 닿는 촉각을 느낀다. 혀에서 느껴지는 음료의 맛과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음료의 온도를 관찰하면서 조금씩 음료를 입 안에 머금었다가 천천히 삼키면서 음료의 맛이 혀에서 멀어지는 속도와 목으로 넘어가는 감각을 느껴 본다. 다른 사람과 함께 머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마주한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면서 그 목소리의 크기와 어조에 주의를 기울여 듣고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을 집중하여 관찰한다. 이처럼 지금 하는 활동 한 가지에 집중하는 연습을 다른 일상 활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아가 하루의 일상생활 중 나의 마음이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을 알아차리면 마치 듣기평가에 임하는 수험생이나 악기연주에 집중한 연주자와 같이 지금 내가 하고 있던 활동에 다시 집중을 모아 지속한다.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은 남아 있지만, 지금 나의 행동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자기효능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현재 느끼는 감정에 ‘이름표’ 붙여보기
그러나 때때로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이 마치 팝업창처럼 반복하여 떠오르고 마음속을 드릴처럼 파고들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던 일에 대한 작업기억도 어느새 소거되어, 마치 정신이 내 몸을 떠나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듯 마음속에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기도 한다. 다시 내 마음의 관심과 집중을 “지금 여기”로 되찾아 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내 마음이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알아차린다. 그다음, 마음속으로 조용히 “지금 내 마음에 OO라는 생각이 있어” “지금 내 마음에 OO한 감정이 있어”라고 이름표를 붙여준다. 이어서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내 몸의 감각에 집중을 시도한다. 천천히 그리고 얕게(심호흡하지 말고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쉰다. 두 발이 땅에 닿아 있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 두 발바닥에 천천히 힘을 주어 본다. 몸통 옆에 붙어 있는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어깨높이까지 올린 후 양옆으로 천천히 힘을 주어 스트레칭한다. 다시 두 팔을 몸통 앞쪽으로 모으면서 두 손의 손바닥이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양손 손바닥에 천천히 힘을 주면서 압력을 느껴 본다. 이처럼 몸의 움직임과 감각에 집중해본 후, 오감을 이용하여 나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탐색과 집중을 시도한다. 즉 지금 있는 공간에서 눈에 보이는 물건 5개, 귀에 들리는 소리 3~4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느껴지는 냄새, 지금의 자세에서 손에 닿는 물건의 촉감에 집중하여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어서 자신이 바로 직전까지 하고 있던 활동을 다시 떠올리고, 하고 있던 일로 집중을 모아서 다시 지속한다. 괴로운 생각과 감정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어도, 이러한 일련의 “중심 회복하기” 과정을 통해, 그럼에도 나는 내 몸을 둘러싼 세상을 나의 오감으로 생생히 경험할 수 있고, 그럼에도 나는 내 몸을 나의 의도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며, 그럼에도 내가 의도하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음을 되새길 수 있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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