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주 단속 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기에 숨을 세게 불게 하는 유행어를 만들어 화제가 됐던 문숙호(61) 전 경정이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말 퇴임했다. 재임 중 27년을 교통 경찰관으로, 그중에서 20년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 ‘미스터 고순대(고속도로순찰대)’로 불린 인물이다. 그를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부산방향) 헬기장에서 만났다.
문 전 경정은 2003~2008년 KBS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안전한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만들기, 음주 운전 근절 캠페인 등을 위한 현장 단속 경찰관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가 도로 위에 남긴 업적도 여럿이다. 경찰청 고순대 소속이던 2010년 한국도로공사가 설치한 대전-통영 고속도로(중부선 구간)의 비상주차대를 전국에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비상주차대가 졸음쉼터로 명명돼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남경찰청 고순대장으로 있던 2013년엔 고속도로 순찰차 위에 리프트 경광등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리프트 경광등은 순찰차 위에 달린 경광등을 50㎝ 이상 위로 올리는 기능으로 운전자가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가시성을 높이는 장비다.
난폭 운전, 규정 속도위반 등 얌체 운전족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 ‘암행 순찰차’도 2016년 본청 고순대 부대장 시절 그가 만든 작품이었다. 문 전 경정은 2019년부터 경기남부청 고순대 관할 도로에서 드론 순찰·단속도 도입하고 경찰청에 드론순찰대 창설을 건의하기도 했다. 문 전 경정은 “단속하는 경찰관이 없을 때 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며 “8년이 지난 현재 암행순찰차와 교통 단속 드론이 사고를 예방하는 보안관으로 자리매김해 뿌듯하다”고 했다.
2023년 경기남부청 고순대장 시절엔 경부선·평택제천선·서해안선·영동선 등 수도권 고속도로에 소방(닥터)헬기장 6곳을 신설했다. 문 전 경정은 “병원에 골든타임 안에 도달하지 못해 숨지거나 영구 장애를 입는 사고자가 많았다”며 “소방 닥터 헬기장을 고속도로·휴게소에 만들어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게 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뜻깊다”고 했다. 헬기장이 마련된 뒤부터 지난해 7월까지 18개월간 닥터 헬기로 이송된 24명 중 23명이 생명을 지켰다.
그는 제복을 벗으면서도 고속도로에서 꼭 지켜야 할 운전론을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추월차로(1차로) 주행은 필요시에만 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거리 확보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안전띠 착용 등을 말했다. 문 전 경정은 “추월차로인 1차로로 계속 달리다가 전방에서 사고가 나면 피할 방도가 없다”며 “1차로는 비워두고 2차로로 정속 주행해야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비게이션이 발달하면서 도로 위 도로교통 안내전광판(가변정보표시판·VMS)을 무시하는 운전자가 많은데, 경로 상에서 공사하거나 도로 위 사고 발생 시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경정은 마지막으로 “선량한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양심 불량 운전자를 현장에서 적발하는 경찰관으로 20년 전부터 단속을 하다 보니 법규를 위반한 시민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며 “제복을 벗고 한 시민으로 돌아온 만큼 그간 공직 경험을 토대로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