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 창문 뛰어내릴까요?” 스위스에 죽으러 못가는 그들

2025-10-21

“저 너무 아픈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여름, 한국존엄사협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70대 난소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도 조력사망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곧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스위스로 가는 방법을 물었죠.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조력 사망 기관 ‘디그니타스’에 대해 묻는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고, 고통에 쫓기듯 떨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최다혜 대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머님, 스위스로 가시려면 남편분이 동행하셔야 하는데요. 그럴 경우 남편분이 자살방조죄로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통증을…. 제발 끝내고 싶은데요.”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거나 신체적 통증이 극심한 환자가 의사의 처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한국에선 불법이기 때문에, 조력사망을 원하는 이들은 외국인에게 문이 열려 있는 유일한 나라 스위스를 찾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 우리는 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을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82%가 조력사망 제도 도입에 찬성합니다. 최근 드라마 ‘은중과 상연’(넷플릭스), ‘메리 킬즈 피플’(MBC) 등에서 조력사망의 구체적인 과정이 알려지기도 했죠. 반면에 조력사망이 합법화된 나라에선 “딸이 죽음을 원하지만, 법원이 막아 달라”는 호소가 나오는 등 논쟁도 여전합니다.

오늘 ‘뉴스페어링’에선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대표와 조력사망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디그니타스의 조력사망 절차, 조력사망를 둘러싼 여러 논쟁까지 전해드립니다. 최 대표는 “현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통증에 고통받는 이들을 보면 조력사망 제도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는 “단순히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는 낭만의 차원에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를 통해 확인하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가족, 전과자 된다? 그의 헌법소원 이유

📌 하루 전화만 2건, 의외의 스위스행 사연

📌 비용 수천만원? 못 가는 이유 따로 있다

📌 “너는 말렸어야지” 남겨진 이의 고통은

🎤진행 : 김홍범 기자

🎤답변 :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대표

📌가족, 전과자 된다? 그의 헌법소원 이유

많은 분이 디그니타스 등 해외 조력사망 기관에 연락하기 전에, 대표님께 먼저 연락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오해가 없으셨으면 하는 건, 제가 디그니타스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서류 작성 등을 도와드리는 건 아닙니다. 한국존엄사협회와 디그니타스 모두 ‘세계죽을권리연맹(WFRtDS)’에 속해 있는 기관이에요. 아무래도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에 있다 보니 조력사망을 생각하는 분들이 궁금한 점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저희 쪽에 먼저 문의하는 것 같아요. 한국존엄사협회는 2022년 2월 설립했고, 한국에서 ‘의사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사회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2023년 12월에 전직 공무원인 이명식(64)님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두 가지 문제였는데 ①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② 자살방조죄를 규정한 법 조항에 예외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자살방조죄의 경우, 예외 규정이 없어서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로 향하는 사람과 동행만 해도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거든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진행 중인데, 저희가 이씨의 헌법소원 과정을 돕고 있습니다.

또 국제 교류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계죽을권리연맹은 1980년대 결성했는데, 그간 한국에선 이 연맹에 가입한 단체가 없었어요. 저희가 처음 등록해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고요. 조력사망 관련 다른 나라의 입법 현황, 이미 법제화를 마친 나라들이 겪는 시행착오 등을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요.

박사 논문 주제도 ‘존엄사’였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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