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더비에서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모욕적인 노래가 울려 퍼졌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7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전 중 발생했다. 0-0인 후반 중반 포든이 교체될 때 일부 유나이티드 팬들이 그의 어머니를 향한 성적 비하와 모욕적 표현이 담긴 노래를 집단적으로 불렀다.
경기 후 펩 과르디올라 시티 감독은 “품격 없는 행동”이라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규정상 팬들의 차별적 행위에 대해 클럽이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축구협회 규정 E20항에는 구단이 팬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방지할 책임이 있으며, 이에는 인종, 성별, 성 정체성, 종교, 성적 지향 등을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번 사건은 포든의 가족, 즉 ‘경기 비참여자(non-participant)’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반차별 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성차별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홀리 바니 킥잇아웃 최고운영책임자(COO)는 BBC에 “남자축구에서 성차별적 집단 응원이 반복되고 있지만, 축구계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러한 응원은 선수뿐 아니라 여성 팬들 전체에 위협적이고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몇 년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참사 조롱 등에는 비교적 강하게 대응해왔다. 일부 구단은 벌금을 부과받았고, 가해 팬들은 출입 금지나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모욕적 응원이 징계 대상은 아니며, 실제로 지난달 밀월 팬들이 크리스탈 팰리스의 마테타에게 “죽어라(Let him die)”고 외친 사건 역시 징계 없이 구두 비난에 그친 바 있다.
축구협회가 모든 부적절한 응원에 대해 징계를 내릴 경우 “매 경기마다 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로 판단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맨유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해당 응원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킥잇아웃은 “클럽이 팬을 징계하고 교육할 권한이 있다”며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면 책임 회피와 불신만 커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 왓포드 공격수 트로이 디니는 “불쾌하지만 감정이 격해지는 더비 경기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이걸 당연시할 수는 없지만, 축구에서 늘 있어온 일”이라는 현실론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