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구단 소유주와 경영진을 향해 강력한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토트넘 팬 수백명은 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우스햄튼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앞에 모여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BBC가 전했다.
이번 시위는 팬 단체 ‘체인지 포 토트넘(Change For Tottenham)’ 주도로 진행됐다. 팬들은 “변화의 시간(Time for Change)”이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과 “ENOUGH IS ENOUGH, ENIC OUT!”이 새겨진 머플러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ENIC(에닉)은 나가라”는 의미다. ENIC은 구단 소유주인 ENIC 그룹을 뜻한다.
팬들의 분노는 오랜 기간 이어진 성적 부진과 리비 회장의 운영 철학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비즈니스는 성공, 축구는 실패(Built a business, killed a football club)”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대표적이다. 팬들은 구단이 경기력 향상보다는 콘서트, NFL·럭비 경기 등 비축구 이벤트 유치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경기장 안팎에서는 “리비 아웃(Levy out)”, “다니엘 리비, 우리 클럽에서 나가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일부 팬들은 “비욘세 수비 가능?” “건스 앤 로지스, 최전방에 세워라”는 풍자성 구호도 외쳤다.
2001년 토트넘을 인수한 ENIC 그룹과 다니엘 리비 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구단을 프리미어리그의 재정 강자로 키웠지만, 성적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7~08시즌 리그컵(카라바오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메이저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다.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유일한 성과에 가깝다.

팬 단체는 “구단은 새 스타디움 건설과 함께 재정적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많은 장기 팬들이 높은 티켓 가격과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등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비진 강화 등 핵심 포지션에 대한 투자 부족과 매번 뒤늦은 이적시장 대응이 불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토트넘은 이번 시즌 리그 16위에 머물며 1992년 EPL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유일한 희망은 유로파리그다. 토트넘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을 홈에서 치르며, 대회 우승 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