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우충원 기자] 다니엘 레비 회장이 물러난다. 물론 중동 자본이 유입될 경우다.
BBC는 7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을 25년 가까이 이끌어 온 다니엘 레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토트넘은 새로운 투자 구조나 지분 매각을 포함한 변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카타르 자본과 접점이 있다. 물론 토트넘 구단 측은 "카타르 인수설은 확인된 바 없다"라는 반응이다. BBC는 구단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위해 최선이라면 물러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클럽은 모든 형태의 소유 구조 변화에 열려 있다. 토트넘의 전면적인 인수가 이뤄진다면 더는 토트넘에 머물지 않을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구단 전체 매각이 아닌 지분 조정 또는 일부 투자 유치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소액 주주이며 대주주인 ENIC 그룹(루이스 패밀리 트러스트 소유)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구조다.
레비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BBC는 지난 1일 “레비 회장이 최근 발표된 재무제표에서 구단 수익이 줄어든 상황을 설명하며 이적시장 지출은 ‘지속 가능하고 스마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토트넘의 2024년 6월 기준 회계연도 총수익은 5억 2820만 파운드(1조 46억 원)로 집계됐다. 전년도 5억 4960만 파운드(1조 452억 원)에서 4%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세후 손실은 2023년 8680만 파운드(1650억 원)에서 2024년 2620만 파운드(498억 원)로 크게 줄었다. 레비 회장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부유한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팬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구단의 장기적인 재정을 고려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지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없는 돈을 쓸 수는 없다”며 과도한 대출 가능성도 부인했다. 더불어 레비 회장은 “영입은 여전히 핵심 과제”라고 밝히며 “재정 상황에 부합하는 똑똑한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토트넘 팬들은 그동안 선수단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며 레비 회장과 구단 소유주인 ENIC 그룹을 향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토트넘은 TV 중계권으로 1억 6590만 파운드(315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2023년 1억 4810만 파운드(2816억 원)보다 증가한 금액이다. 반면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 수익은 2023년 챔피언스리그 참가 당시 5620만 파운드(1068억 원)였지만, 2024년에는 130만 파운드(24억 원)로 크게 줄었다. 입장 수익도 감소했다. 홈 경기 수가 9경기 줄면서 2023년 1억 1760만 파운드(2236억 원)였던 수익은 1억 580만 파운드(2012억 원)로 내려갔다. 축구 관련 거래 운영비용은 4억 8790만 파운드에서 7% 감소한 4억 5360만 파운드(8627억 원)로 나타났다. 순부채는 증가했다. 2023년 6억 7740만 파운드(1조 2883억 원)였던 순부채는 2024년 7억 7250만 파운드(1조 4692억 원)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구단 측은 “전체 차입금의 평균 만기가 18.6년에 달해 선수단 투자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레비 회장이 거듭된 비판에 상처받고 있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단 소식통은 "레비 회장이 언젠가는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믿음이 내부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레비 회장은 레비는 2023년 기준 EPL 최고 연봉을 받는 CEO로 연봉 660만 파운드(110억 원)를 받고 있다. 토트넘을 지난 25년간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수익성 높은 구단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1억 7100만 파운드(29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번리(2위), 아스날(3위)보다 높은 수치다. 토트넘은 리그 최고 수준의 시즌 티켓 가격을 자랑한다. 특히 새 구장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과감한 투자 부족, 늦장 영입, 재판매 목적의 유망주 중심 스카우팅등 경기력 향상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에 분노하고 있다. 실제 수익은 높았지만 구단 성적을 본다면 물음표다. 토트넘은 이 기간 리그 우승 0회, 단 하나의 리그컵(2008년) 우승, 무려 16명의 감독이 팀을 오갔다. BBC는 레비 회장에 대해 "조용하고 근면하며, 실제로 구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내부자들은 "레비는 독단적이지만, 항상 스퍼스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 한다"고 밝혔다.
레비 회장의 거취는 ENIC과 루이스 패밀리의 결정에도 달려 있다. 현재까지도 클럽 전체 매각은 고려되지 않았지만 BBC에 따르면 "모든 구조 변화는 열려 있는 상태"다. 2023년에는 카타르 스포츠 투자회사(QSI)가 소수 지분 투자를 검토했으며 최근에는 정체불명의 카타르 재벌 컨소시엄이 토트넘에 관심을 가졌다는 보도가 가디언을 통해 제기됐다. 중동자본의 투입이 된다면 레비 회장은 아웃될 전망이다. / [email protected]
우충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