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빠른 현안 대응 및 정책 추진으로 여러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최근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에도 관심이 뜨겁다.
이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 새 정부 R&D 예산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이달 말까지 의결 예정이었던 내년도 R&D 예산안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정부에서 준비된 예산안인 탓에 새 정부 철학에 맞춰 조정과 증액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R&D 정책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연구 현장이 '폐사' 직전에 몰렸던 만큼 불안감 또한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게 현 상황이다. 단순히 연구비 규모 확대와 같은 단기 정책만으로는 단절된 연구를 재개하는 수준에 그칠 뿐 장기적인 첨단 기술개발 동력으로 삼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과학보다 경제적 성과에 더 근접해 있는 현재의 R&D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초과학'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기초과학학회협의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구수행의지인력은 5만6107명으로 2021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으나, 기초과학 과제 수는 지난해 1만5183개로 20% 이상 감소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지원 과제 대폭 축소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현장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예산 규모를 늘리는 숫자 논리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토양인 기초과학의 현실적 지원책 마련에 보다 힘써야 할 것이다.
과학이 있기에 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우리 산업과 기술의 토대가 되는 기초과학 지원에 더욱 집중하기를 바란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