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5사무국, 한반도 평화 위한 것”… 檢 확인 없이 억측만 난무 [심층기획-3대 특검 과제]

2025-06-24

김건희 청탁 의혹 관련 가정연합 입장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ODA 사업

해당국 정부 승인… NGO 개입 못 해”

“YTN 인수 참여 단체, 재단과 무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건진법사 전성배(65)씨를 둘러싼 청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48)씨가 이들한테 명품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넨 이유를 놓고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가정연합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가정연합에서는 윤씨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행위를 가정연합 차원에서 이뤄진 양 모종의 세력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24일까지 보도된 언론 기사들은 윤씨가 2022년 4∼8월 전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을 선물했다고 보도하면서도 무슨 이유로 건넸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가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압수수색할 때 제시한 영장에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보도전문 채널 YTN 인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사업 △대통령 취임식 참석 요구 △가정연합 행사에 장관 참석 요청 사안을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정작 검찰은 피의사실에 해당할 수 있는 이런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가 로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유엔은 미국 뉴욕본부와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 나이로비 4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2000년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한 데 이어 한 총재가 2015년 이를 발전시켜 제5사무국을 DMZ에 유치하자고 역설했다. 유엔 사무소가 남북분단 현장에 들어서면 한반도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도 사무국 유치에 관심을 보였고 국내에선 DMZ가 위치한 파주시와 유엔군 묘지가 있는 부산시가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2014년 제네바에 대표단을 보내 경기도 유치 당위성을 설명했으며, 김동연 경기지사도 “생태·평화의 상징 DMZ에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유엔 제5사무국 부산 유치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정연합 측은 “유엔 사무국 유치가 이뤄진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YTN 인수

가정연합 측은 “아무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2023년 10월 진행된 YTN 공개입찰에 참여한 곳은 유진그룹과 한세실업, 2009년 가정연합을 떠난 문현진 UCI그룹 회장의 글로벌피스재단(GPF) 3곳이다. 당시 경쟁 입찰에서 유진그룹이 가장 높은 3200억원을 써내 YTN 지분 30.95%를 확보, 새 주인이 됐다.

문 회장이 문 총재의 3남이라는 점에서 가정연합과 연관 있는 것처럼 보도한 언론이 있으나 GPF는 통일교와 조직적·법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문 회장도 그동안 “GPF는 종교의 틀을 벗어난 평화운동 단체로 가정연합와 무관하다”며 줄곧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메콩강 부지 개발 사업

가정연합 측은 “정부 공적개발원조(ODA) 구조를 알면 로비가 어렵다는 걸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ODA 일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캄보디아 한도가 2022년 6월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증액된 것을 놓고 로비 의혹을 제기한다. 윤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EDCF 증액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로비를 했다는 시점과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 EDCF는 기후변화와 양성평등, 보건 등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 사업을 정하지 않은 채 대상국 금융기관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EDCF는 현지에서 사업을 신청하면 해당국 정부가 승인하는 구조라서 우리 정부에 로비할 이유가 없다. ODA라서 비정부기구(NGO)가 개입할 여지도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 설명이다.

더군다나 메콩강 개발사업은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 개선을 위해 캄보디아 정부가 추진한 숙원사업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정책과 맞닿아 있다. 가정연합 측은 “윤씨가 2023년 연합을 떠난 이후 모 건설사 전직 사장과 여러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연합에는 이와 관련한 어떤 실무 조직이나 예산 집행 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정연합 관계자는 “아프리카 새마을운동 관련한 로비도 얘기하는데 상식적으로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통령 취임식 및 장관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에 주요 시민단체나 언론기관, 종교단체 지도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초청대상이라는 건 상식이다. 가정연합은 UPF(천주평화연합), ISCP(세계평화정상연합), IAPP(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국제교류·협력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는 민간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기관의 주요 인사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청장을 받으려고 굳이 고가의 목걸이와 명품백을 주면서 부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가정연합이 2022년 8월 아프리카 25개국 청년부 장관이 참석한 행사에서 교육부 장관이 참석할 수 있도록 청탁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 행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최상위 자문기관인 UPF가 주최한 만큼 외부 인사를 초청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가정연합은 그동안 수많은 행사를 치르면서 절차와 공식 경로를 통해 초청을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과 브리기 라피니 전 니제르 총리, 마키 살 아프리카연합 의장,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아프리카 지역 청년부 장관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정연합 입장이다. 지난해 설립 70주년을 맞은 가정연합 행사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조지 H 부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은 물론이고 영부인, 상·하원의장 등이 다수 자리를 빛낸 바 있다.

가정연합 관계자는 “심우정 검찰총장의 부친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도 2003년 우리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면서 “일부 언론 논리대로라면 심 전 지사도 의심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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