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출될 신규 의사가 269명에 그쳤다. 매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통과자가 3000명 넘다가 10%도 되지 않는 규모다. 우려했던 의사 배출 절벽이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대다수 의대생이 지난해 집단 휴학한 여파다. 의대생들은 올해도 집단행동을 이어가기 위해, 수업에 복귀한 일부 학생들의 실명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며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의료공백이 구조적으로 만성화될 수 있다. 지난 추석에 이어 또 비상진료체계에 의존해야 하는 이번 설 연휴부터 당장 걱정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2025년 의사 국시 최종합격자는 26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배출 의사 3081명의 8.8% 수준이다. 각 수련병원은 국시 합격자와 지난해 인턴 사직자 등을 대상으로 다음달 3~4일 상반기 인턴을 모집하지만, 올해 합격자가 격감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걸로 보인다.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올해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자도 지난해 20% 수준인 566명에 그쳤다. 의대생-인턴-레지던트-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 체계가 도미노처럼 타격을 입고 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에도 연쇄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새해에도 의대생 복귀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올해도 ‘휴학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학교로 돌아온 일부 의대생은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3·4학년 학생 70여명이 개강 첫날인 20일 수업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이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매국노” “잡아 족쳐야 한다”는 비방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올해 의대 신입생들도 휴학에 동참케 하려고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걸로 보이나, 이러한 폭력적·비민주적 집단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의·정 갈등이 조만간 1년이 다 돼가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물에 빠져 죽을 각오로 2월 중 의·정 갈등을 풀겠다”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 주겠다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빈손으로 해체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이번에도 말 잔치로 그쳐선 안 된다. 당장 국민은 추석 이어 설까지 의료공백 속에 맞이해야 하는 명절 연휴로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진료 체계에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