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식 유니폼 가격이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상승하며 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BBC가 18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용 레플리카 유니폼 평균 가격은 10년 전보다 50.7% 올랐고, 주니어용 역시 46.8% 인상됐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상당수 팬들을 불법 복제품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는 “여러 구단의 수백 명 서포터들이 공식 유니폼 가격 부담 때문에 위조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은 성인용 기본 유니폼 정가를 85파운드(약 16만7000원)로 책정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개 구단도 최저 가격이 60파운드부터 시작한다.
프리미어리그 유니폼 한 벌은 어떻게 85파운드라는 가격이 형성되는 것일까. 축구 머천다이징 전문 분석가 피터 롤만 박사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원단·봉제·운송 비용 8.50파운드, 마케팅·라이선스 비용·유통비 9.50파운드, 부가가치세(VAT) 13.60파운드, 제조사(아디다스·나이키 등) 몫 16.25파운드, 소매업자(대개 구단 숍) 수익 37.45파운드로 구성된다. 즉,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의 가장 큰 비중은 구단 유통 구조와 소매 마진에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영국 노동당 나이절 허들스턴 스포츠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폼은 구단 정체성의 핵심 요소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다음 세대 팬들이 이 중요한 연결 고리를 갖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동시에 기존 팬들마저 위조 상품 시장으로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인하를 위한 제도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가격과 판매는 개별 구단의 상업적 결정이지만, 특히 어린 팬들을 위해 정품 유니폼을 최대한 접근 가능하게 만들 방안을 구단들이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구단들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은 레플리카 유니폼을 어떤 가격으로든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는 리그 규정을 언급하며, 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구단 재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니폼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기술 고도화와 계약 비용 상승을 꼽는다. 푸마와 엄브로에서 키트 디자이너로 일했던 롭 워너는 “브랜드마다, 디자이너마다 적용되는 기술 수준이 다르다”며 “엘리트 축구 유니폼에는 상당한 연구와 개발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워너는 “소매업자는 팀 성적에 크게 의존한다. 엄브로에 있을 당시, 유통업체가 잉글랜드 유니폼을 백만 장씩 사들였다가 조별리그 탈락이라도 하면 그 유니폼은 순식간에 가치가 떨어진다. 그 위험이 가격에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격 급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봉제 기술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졌고, 배지와 로고 제작 기법도 훨씬 고급화됐다”며 “여기에 구단과의 키트 스폰서 계약 금액이 계속 오르다 보니, 브랜드들은 그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공식 유니폼 가격 상승은 곧바로 위조 상품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국경관리 당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위조 상품을 압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이스트 미들랜즈 공항에서 국경관리 요원들이 수백 개 소포 중 일부에서 가짜 축구 유니폼 수십 벌을 적발하는 현장을 직접 촬영했다. 이러한 압수는 지식재산청(IPO)과 국경관리 당국의 공조 수사 결과다. IPO 집행·정보 담당 이사 앤디 쿡-웰링은 “위조 상품은 영국 경제에 최대 70억 파운드의 손실을 끼치고 있으며, 약 8만 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면 범죄 조직의 수익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축구 리그지만, 그 화려함의 이면에서 유니폼 가격은 팬과 구단 사이의 거리를 벌리는 상징이 되고 있다. BBC는 “정품을 입고 응원하는 것이 점점 사치가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리그와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며 “가격은 자유지만, 팬과의 연결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프리미어리그가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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