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원인 두고 국조실 "대통령실 이전 때문", 감사원 "경찰 매뉴얼 빈틈"

2025-10-23

정부 내에서 같은 날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다른 방향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이 총괄하는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태스크포스(TF)’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수요 증가라고 지적했지만,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과 참사 발생의 인과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TF는 23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 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이 이태원 참사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TF는 또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가 2020~2021년에는 핼러윈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수립했지만, 2022년엔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2022년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다. TF의 감사 결과에서 책임 소재는 전임 정부를 향했다.

반면 23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결이 달랐다. 감사원은 경찰이 핼러윈 데이에 경비 인력을 사전에 이태원에 배치하지 않은 건 경찰의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빈 틈 때문이라고 봤다. 경찰은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만 매뉴얼을 적용해 왔다. 그래서 2022년에도 이태원에서 핼러윈데이 보름 전에 열린 지구촌 축제에는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 이 행사는 주최자가 있었다. 반면 참사 당시 이태원에선 주최자가 있는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경찰이 이태원에 기동대 등 경비 인력을 사전 배치하지 않은 핵심 이유를 대통령실 이전 때문이라고 보긴 힘든 것이다.

경찰이 2020~2021년엔 핼러윈데이 대비 경비계획을 세운 이유에 대해선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서부지법의 이태원 참사 1심 판결문을 보면, 2020~2021년은 코로나19 기간으로 경찰은 인파 혼잡이 아닌 방역질서 유지를 위한 경비 대책을 세웠다. 경찰은 2017~2019년 핼러윈데이 땐 치안 대책만 세웠다.

다만 TF와 감사원은 경찰과 용산구의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데 대해선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두 감사 결과를 종합하면, 경찰은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10시11분 총 11건의 압사 우려 신고를 받고도 유관 기관에 공유하지 않았다. 현장 경찰은 혼잡 경비 임무 지시를 받지 못해 차도로 쏟아지는 인파를 인도로 다시 밀어 올리는 업무만 주로 했다.

용산구는 오후 10시20분 ‘사람이 압사 당하게 생겼다’는 신고 내용을 소방으로부터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통해 전파 받고도 당직자 등이 사고 발생 사실을 제대로 인지 못하고 있었다. 당직자 5명 중 2명은 그때 전단지 제거 작업 중이었다. 당직자는 구청장이나 서울시에 보고도 안 했다. 그러다가 행정안전부가 오후 10시53분 재차 상황을 전파한 뒤 사고를 인지했다. 행안부가 주민에게 재난 문자를 송출하라고 지시했는데도, 1시간 18분이 지나서 재난 문자를 보냈다.

야당은 국무조정실 발표를 “참사를 지난 정부 잘못으로 몰고 가기 위한 하나의 핑계”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경비 인력 배치는 대통령실 이전과 상관 없이 사안의 성격에 따라 추가적으로 증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누가 봐도 전 정부 잘못으로 몰아가기 위한 기획 감사, 짜맞추기 감사”이라고 지적했다.

TF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진 후 구성돼 3개월간 감사를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 사건 재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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