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기재부까지 상속세 감세 경쟁에 나섰다. 세금 개편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형편 맞춰 얼마든지 인상-인하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이 그럴 처지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 전후세대가 고도성장으로 얻은 과실(부동산‧기업)을 후대에 넘겨주는 시점이 도래한 건 맞다. 동시에 저출산‧저성장‧고령화가 깊숙이 진행했고, 최근까지 소득세‧법인세‧재산세‧종부세 주요 세목에서 두루 감세가 이뤄졌다. OECD 주요국은 코로나19 사태 때까지는 감세기조였지만,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세원 확대로 돌아섰다. 세금이 줄어들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특히 상속세는 상대적 부유층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유층에게 의존하는 세금은 역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유리한 세금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돈이 없으면 자격도 잃는다. 상속세 감세를 해야 한다면, 대안을 내놓거나 잔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미 한국은 압도적 OECD 1위 자살률‧노인빈곤률의 나라다. 일본도 이렇지는 않았다.

◇ ‘상속세’ 부자세금이 아니다? 국세통계 다시 봐라
한국에서 상속세는 대단한 취급을 받지만, OECD 기준으로보면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소비세‧사회보장세‧재산세‧기타 세금 등 주요 7개 분류에서 재산세 하위 항목에 불과하다.
상속세는 상위 7개 세금과 약간 다른 특성이 있는데, 다른 세금은 다수를 상대로 과세하지만, 상속세는 고액 유산가만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이다.
국세통계연보 6-2-3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고인 29만2545명 중 1만9944명(상위 6.8%) 정도가 상속세 대상이었다.
정치권은 요즘 상속세가 너무 늘어서 걱정인 모양이다. 2021년 상속세 결정세수는 4.9조원인데, 2022년에는 19.3조원으로 치솟았고, 2023년에도 12.3조원이나 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2022년에 상속세 절대액이 치솟은 건 중산층 부담이 늘어서가 아니다. 그냥 삼성 이재용 일가가 2021년 상속세 12조원을 신고했을 뿐이다.

500억 초과 유산을 남긴 피상속인들의 총 인원과 합산 신고 재산은 2021년엔 37명, 37조원이었다. 2022년엔 38명이 17.6조원을, 2023년엔 29명이 2.7조원을 남겼다. 상속세 신고 후 나라에서 상속세를 결정한 시점이 1년 정도 시차가 날 뿐이다. 그래서 삼성 이재용 일가가 상속세를 2021년 신고했어도, 결정세액은 2022년으로 잡게 된 것이다(2024 국세통계 6-1-2).
요약하자면, 상속세는 세수의 80% 이상을 재벌‧초부자들이 부담하며, 회장님들이 언제 별세하느냐에 따라 출렁일 뿐이지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이 별세해도 별로 출렁거리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숫자가 국세통계연보 6-2-2 통계다.
상속세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그 기준점은 상속재산 20억원이다. 강남 30~40억짜리 주택 빼고,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여기다. 여기까지가 상속세 하위 70%를 구성한다.
그런데 이 하위 70%가 납부한 상속세는 2021년 5598억원, 2022년 6474억원, 2023년 7370억원 정도로 얕게 출렁였다. 인원은 2022~2023년 각각 23.8%. 22.3% 증가했는데 세금은 15.6%, 1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납세자 수가 늘었어도 평균 납부액은 안 늘어났다.
반면 상위 30%의 경우 엄청난 상속세 상승이 있었다.
개별재산 20억원 초과 고인(피상속인)은 2021년 3521명(전체 상속세 인원의 27.6%), 2022년 4339명(27.5%), 2023년 5978명(30.0%)이엇다.
그런데 이들이 낸 세금은 2021년 4.4조원(전체 상속세의 88.6%), 2022년 18.6조원(96.6%), 2023년 11.6조원(94.0%)으로 크게 출렁였다.
이것도 30%가 고루고루 낸 게 아니다.
상속세 상위 0.1%에 해당하는 500억 초과 초부자들이 대부분을 냈다. 연도별 상속재산 500억 초과 피상속인들의 상속인 내역은 아래와 같다.
2021년 23명, 총 상속재산 3.2조원, 총 상속세 1.3조원, 1인당 평균 유산은 1391억원.
2022년 26명, 총 상속재산 34.0조원, 총 상속세 14.9조원, 1인당 평균 유산은 1조3076억원.
2023년 37명, 총 상속재산 14.6조원, 총 상속세 6.6조원, 1인당 평균 유산은 3957억원.

◇ 서울 평균 집값이 10억…그건 매매가 기준
혹자는 원래는 서울 집값이 평균 5억 정도였는데, 지금은 집값이 하도 올라 평균 10억원이 됐다며 상속세를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인물이 주장하는 평균 10억원은 매매가 기준이다. 매매가를 상속재산과 교묘하게 엮은 것인데, 맞는 말이 아니다.
2024 국세통계 6-2-3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고인의 70%의 평균 유산이 1억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5억 이하 유산을 남긴 고인은 전체의 88.1%인데, 3억 초과 5억 이하로 좁혀봐도 3억9000만원 정도다.
서울 지역만 딱 잘라봐도 2023년 고인은 4만9838명이고, 이들의 1인당 평균 상속재산은 5억4400만원이었다.
이중에서 상속세 못 내는 사람은 85%이고, 이 85%의 평균 상속재산은 1억3582만원이다. 서울 평균 집값 10억이 마용성인지 노도강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을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5억 초과~10억 이하에서 상속세 과세대상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면 2021년 3202명, 2022년 4018명, 2023년 5026명으로 뭔가 늘어난 거처럼 보이긴 할 거다. 그래봤자 전체 고인의 0.2~0.3% 정도 꿈틀거리는 수준이다. 저것도 영원히 그럴 순 없고, 인구구조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에 따라 10년 정도면 꺾이는 구간이 나오게 된다.
5억 초과~10억 이하 평균 상속세가 늘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2021년 2211만원, 2022년 2356만원, 2023년 2192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상속재산 5~10억 구간에서 상속재산에서 과세표준으로 잡히는 비율은 약 30% 정도이고, 상속재산 대비 실효세율은 3%대 정도다.

◇ 민주당 ‘상중~상하’, 국힘 ‘재벌’, 기재부 ‘상상’
현재 상속세 감세 주자는 민주당‧국민의힘‧기재부다. 그러나 달리는 방향은 다르다.
민주당 안은 상속세 하위 80~90%의 상속세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과세표준 18억원까지 상속세 면제 법안이다.
국세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과세표준 20억을 어림값으로 잡으면, 2023년 기준 전체 상속세 대상 피상속인 1만9944명 가운데 89%(약 1만7750명)가 상속세에서 빠진다.
2만명 가운데 1.8만명이 빠지는 모양새지만, 세수손실은 크지 않다. 전체 12.3조원 가운데 1.6~1.7조원 빠지는 게 다다.
배우자 상속세 면제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실제 한 세대의 부는 부부의 공동산물이란 개념이 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사망했다고 하여 한 세대 내 없었던 부가 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부가 다른 생존 배우자로 수평이동했을 뿐이다.
배우자 상속세 면제의 논리는 상속세를 안 걷는 게 아니라 부부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만 상속세를 미루는자는 거고, 자녀들이 상속받으면 그 때 상속세를 납부하게 하자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그냥 모든 사람의 상속세를 깎아주되 특히 재벌 상속세를 더 많이 깎아줘야 한다는 안이다.
수법은 유산취득세 도입과 상속세 최고세율 50→40% 인하다.
먼저 유산취득세는 상속세 상위 1~30%를 타깃으로 잡는 정책이다.
상속세 절세 플랜의 핵심은 과세표준 쪼개기인데, 과세표준을 쪼개면 실효세율이 낮아진다. 현행법에선 위법적으로 쪼개면 가산세를 부과하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과세표준을 쪼개는 것을 합법화한다.
유산취득세가 들어오면 상속세에서도 미들급 부자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것도 수십억~100억 유산자 정도에게나 좋고, 수백억, 수천억, 수조원씩 물려받는 초부자들은 유산취득세로도 부족하다.
상속세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부터 누진세율이 50%에 달하고, 기업 승계를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15%가 할증된다.
500억 초과 초부자들은 전체 상속재산에서 과세표준으로 적출되는 비율이 2023년 기준 97%나 달하고, 몇 명으로 쪼개주든 최대 누진세율을 맞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절세게임은 부를 편법적으로 넘기는 데 있지 유산취득세로 과세표준 좀 손 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유산취득세에 더해 상속세 최고세율 50→40% 인하까지 요구한다.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들에게 즉효성 감세를 약속한다. 기본공제 인상, 배우자 상속세 면제, 유산취득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국민의힘 요구 모두를 들어주면, 증권거래세나 담배소비세 정도 세금 하나가 통으로 날아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이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건 그 속내를 알기 때문이며, 유산취득세 역시 같은 취지에서 거부하고 있다.

기재부 유산취득세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절충안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안을 빼고, 민주당 안에서 배우자 상속세 면제를 빼면 대충 기재부 안이 나온다.
외형으로는 기본공제 10억 인상을 받되 배우자 상속세 면제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거부하는 형태이다. 효과는 상속세 하위 80~90%는 상속세에서 빠지고, 상위 1~20%에는 제한적 실효세율 인하 내지 상속세 면제 이익을 준다.
다만, 기재부는 배우자 상속세 면제만은 거부하고 있다, 배우자 면제랑 유산취득세를 섞어버리면 상속재산 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자녀(상속인) 수 만큼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꼴이 된다.
유산취득세는 과세표준 쪼개기가 핵심이라고 했는데, 예를 들어 두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40억 유산이 나오면, 무조건 세금 0원이 나올 수 있다.
자녀 1, 2에게 각각 10억씩 물려주고 배우자가 20억을 받은 후 배우자가 사망시 다시 자녀들에게 10억씩 물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수법으로 유산취득세+배우자공제는 배우자를 중간 저수지로 해서 1자녀 20억원-2자녀 40억원-3자녀 60억원 등 상속인 수 비례 상속세 면제를 도입하게 된다.

그렇지만 기재부가 나라 재정 걱정해서 배우자 공제 면제를 반대하는 건 아닐 수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세율 인하와 유산취득세 도입 두 가지를 다 추진하고 있었다. 그 때와 지금, 바뀐 건 대통령 권한 행사자뿐이다.
◇ 살아 있을 자격 ‘어디까지’
서두에 말했듯 세금은 인하할 수도 있고, 인상할 수도 있다.
OECD 조세 정책 개편 보고서 2024(Tax Policy Reforms 2024)를 보면, OECD 고소득 국가(High Income Countries, 이하 HIC)들은 코로나 19 시기 세금 감면으로 위기를 버텼다. 개인소득세(PIT), 법인세(CIT) 감면이 컸다.
한국보다 규모가 큰 HIC 국가들의 2023년 전년 대비 세수 증감률(GDP 대비 세금 기준)을 보면, 미국(-2.4%p), 영국(-0.1%p), 독일(-1.5%p), 캐나다(+1.0%p), 프랑스(-2.0%p)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꾸로 이는 세수 증대의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고, HIC국가들은 코로나 19 종식 후인 2023년 법인세, 개인소득세 감면을 나란히 축소했다.
4대보험금(SSC) 영역도 늘어났다. 2023년 전후로 프랑스, 체코, 일본 등 고령 HIC 국가들은 연금재정 확대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인구 고령화만이 아니라 의료비 상승 등 전반적인 추가재원이 꼭 필요했다.
부가가치세 및 판매세(VAT) 영역에서도 일부 에너지 가격 압박을 받는 HIC국가를 제외하고, 부분적으로 감면 종료로 시행하는 국가들이 포착됐다.

한국은 OECD와 정반대로 세금정책을 짰다.
코로나 19에는 종부세 인상‧법인세 감세를 추진했고, 코로나 19가 끝나자 소득세‧법인세‧재산세 등 패키지 감세로 돌아섰다. 전자의 경우 이해할 여지가 있었는데, 그 때 OECD 국가들은 전체 GDP의 34% 가량을 국가 재정수입으로 걷고 있었다. 한국은 30%도 안 됐다. 한국은 OECD 하위권이었고, 라트비아와 이웃이었다.
2022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재정수입이 GDP의 32.0%를 도달하면서 30.0%선을 넘었는데,한국 정치권과 관료들이 감세 버튼을 두들기며 GDP의 29.8%로 –3.2%p나 빠졌다. 같은 기간 전쟁 중이던 이스라엘, 경제난인 칠레 정도가 GDP의 –3.0%p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이는 한국의 세금구조에 큰 부담을 준다.
한국은 주로 일본 세법, 일본은 주로 영미쪽 세법을 배꼈다. 영미가 소득세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소득세 비중이 낮은 건,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임금이든 배당이든 기업의 부가 개인에게 잘 돌아가지 않아서 그렇다.
국부가 개인 소득으로 가지 않으면 다른 곳에 쌓이게 되는 게 그게 법인과 재산이다. 한국과 일본은 한국의 재벌, 일본의 콘체른(자이바츠) 등 영미식 자본주의에 반하는, 봉건적 세습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법인 사유화를 실질적으로 허용했다.
그래서 한국‧일본의 법인세와 재산세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높긴 한데, 아주 높은 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소득세수에선 미국보다 GDP 6%p 정도 낮은데 법인세‧재산세에서 GDP 4.3%p 정도 벌충하는 데 그친다. 영국과 소득세에서 3.5%p의 격차가 나는데 법인세‧재산세에서 1.9%p 정도 좁히는 수준이다. 일본도 이 지점에선 한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그렇지만 딱 하나, 일본은 연금 등 사회보장영역에서 유럽 쪽으로 이동했다(사회보장기여금=4대 보험). 일본 기업의 세금 부담은 한국 기업보다 높다. 직접 법인세 비중은 한국보다 낫지만, 사회보장기여금은 한국의 1.6배나 된다.
한국은 그대로 손을 놓고 있었다. 박정희 정부 때 건강보험을 들여놓긴 했지만, 연금이 없었다. 일본보다 고령화가 늦긴 했지만, 전두환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김대중 정부 때 국민연금을 도입했지만 너무 늦었다. 게다가 IMF까지 터졌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확대, 비정규직 허용 등으로 노동소득 격차가 커졌다. 한국은 소득 지니계수가 0.3대 초반으로 양호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근로자의 80~90%가 돈을 많이 못 버는 중견‧중소기업에 있다보니 외형적으로 양호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국민연금의 늦은 도입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인해 노인빈곤율은 40%, OECD 압도적 1위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지 않았다면 40% 중반 정도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사회보장기여금 수준은 여전히 낮다. 세수 비중으로보면 일본의 60%선이며, 일본보다 노인빈곤율이 두 배나 높다. 그런 일본도 OECD 평균보다 노인빈곤율이 1.4배나 높다.
민주당과 국힘이 너나할 것 없이 감세를 추진하지만, 유일하게 증세로 돌아선 영역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안인데 소득대체율도 인상률도 아직은 부족하다.
합의안은 현재의 30% 정도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하던데, 한국의 사회보장기여금 수준은 일본의 70% 수준 쪽으로 오르긴 할 것이다.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한선과 개인소득세‧법인세의 부분적 하락은 제약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추진하는 여러 감세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의 효과를 상당수 상쇄할 것이다. 국민연금도 국민연금이지만, 기초노령연금 수요가 급증하는 구간에서 재정 소요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 기준 GDP의 약 1.1% 정도(26.1조원)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2080년이 되면 GDP의 3.6%(312조원)까지 오른다는 연구보고도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금개혁과 사회적 합의 모델에 관한 연구, 2022).
이 연구대로라면 2080년 원화 기준 GDP가 현재의 약 4배 정도로(8667조원) 오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한 부담이 발생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이 와중에 정치권의 패키지 감세는 당장 현 시점의 근로자, 기업가, 자산가, 엘리트 계층에게 달콤한 디저트가 될 것이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현 시점의 사람들이 나이 들면 정부는 감세 파티 후유증으로 고혈당 쇼크를 맞이할 수 있다.
한국은 그간 사람을 갈아서 성장해왔다.
젊었을 때는 입시 경쟁, 나이 차면 서슬 퍼런 취업경쟁, 일할 때는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 은퇴할 때는 운 좋으면 집 한 채 아니면 몇 안 되는 전세금을 쥐고 직장에서 떠난다. 뒤가 없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다.
상속세 감세안 중 가장 작은 감세를 고르더라도 연간 1~2조가 사라진다. 절대 우스운 숫자가 아니다.
연간 2조원이면, 상대적 고가 주택보유자 2만명에게 연 1억원씩 감세혜택을 줄 수 있지만, 100만 가구에 연 100만원을 줄 수도 있는 돈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한국은 2035년을 기점으로 평균연령이 만 50세를 넘어가고, 2041년이 되면 인구가 4000만 선으로 떨어지게 된다. 대비 시간은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이 한계다.
지금은 파티 시간이 아니다. 모두 엄숙한 질문을 해야 할 때다.
돈이 살아 있을 자격이라면, 한국 사회는 어디까지 그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
모두가 고통을 함께 견뎌낼 것인가. 과감하게 약자를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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