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유전병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

2025-04-06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작지만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생화학자들은 세포가 최소 수천 개에서 수만 개에 달하는 단백질들과 이들 각각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등 수많은 부품으로 만들어진 작은 기계장치로 간주한다. 인간의 몸은 대략 40조 개의 세포들로 구성되는데 이 모든 세포들이 실은 단 하나의 세포,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형성된 수정란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최소 수천 개에서 수십 조 개 세포들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들이다. 이들은 세포 하나가 독립적인 생명체인 세균에 비해 훨씬 크고 기능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진화에 필수인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 유전질환 초래

모계유전, 성별 발생빈도 달라

유전자가위 기술론 치료 못해

세균과 동식물 세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핵의 존재 여부다. 세균은 핵이 없어 DNA가 세포 내에 다른 물질들과 섞여 있는 반면, 동식물 세포는 핵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 안에 DNA를 따로 가지고 있다. 핵이 있는 세포를 진핵세포, 핵이 없는 세포를 원핵세포라 한다.

체중 10% 차지하는 미토콘드리아

진핵세포 내에는 세포핵 외에도 미토콘드리아·골지체·리보솜·세포질 등 다양한 세포 소기관이 존재한다. 이중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 역할한다. 발전소가 석유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처럼,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을 산화해 ATP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이는 세포가 작동하고 증식하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드는 과정에서 산소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배출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동물 체세포 하나에 대략 1000~2000개씩 들어 있다. 난자는 체세포보다 훨씬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 난자 하나에 약 10만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자가 정자와 만나 수정란이 되고 세포 분열을 시작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과는 달리 고리 모양(원형)의 DNA를 여러 개씩 가지고 있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1만6500여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원형 폴리머이며, 세균의 DNA와 같은 모양이다. 미토콘드리아의 리보솜 RNA도 세균의 그것과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 세포핵의 DNA는 선형이며, 세포핵에서 유래한 리보솜 RNA는 미토콘드리아와 세균의 리보솜 RNA와는 특성이 다르다. 이러한 점들은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을 시사한다. 내공생설에 따르면, 약 20억 년 전 원시 진핵세포가 산소를 이용하는 세균을 삼켰으나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공생하게 되면서 진핵세포가 탄생했다고 한다. 또는 세균이 원시 진핵세포에 침입한 후 공생 관계를 형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만든 에너지를 사용하며 더욱 크고 복잡하게 진화했고, 결국 동식물과 같은 다세포 생물이 출현할 수 있었다.

돌연변이 자주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핵 DNA에 비해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한다. ATP를 만드는 과정에서 DNA 돌연변이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는 암과 노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유전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인 남성의 양안 실명을 초래하는 레버 시신경병증(LHON)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1만1778번째에 위치한 시토신 염기가 티민 염기로 치환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인 리 증후군은 신생아에서 관찰되는데, 대부분의 아기가 진단 후 1~2년 내에 사망한다. 당뇨환자 중 대략 1%도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같은 변이가 청각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수십 여 종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이 100여 개의 서로 다른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에 의해 초래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이들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제는 없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핵 DNA와는 달리 아버지로부터 자식으로 전달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도 모계로만 유전되는데 어머니는 건강하지만 아들이 환자인 경우가 흔하다. 같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나 성에 따라 질환 발생 빈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대략 500명 중 한 명 비율로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외 연구진들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하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의 연구와 치료에 돌파구가 열렸다. 세포핵 DNA 교정에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에 무용지물이었으나 가이드 RNA가 필요 없는 단백질 기반 염기교정 효소들이 개발되면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배양세포와 실험동물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변이를 도입해 질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질환 모델은 질병의 기작을 연구하는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실험하는데 있어서도 필요하다. 특히 레버 시신경병증의 경우에는 비교적 약물 전달이 용이한 시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DNA만 교정하면 치료 또는 예방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다만 임상 적용까지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의 치료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DNA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진핵세포에 있는 DNA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종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직 모계로만 유전된다. 따라서 관련 유전질환도 모계로 이어진다.

김진수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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