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차 있는데 조종 부사관 없다…"훈련 때 옆부대서 꿔와"

2025-10-09

대한민국 국군이 흔들리고 있다. ‘군대의 등뼈’라 불리는 부사관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힘들고 훈련이 잦은 전투 병과를 지원하는 부사관이 급감했다. 인구절벽과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전력공백을 부사관 등 간부로 메우겠다는 정부의 ‘국방개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임종득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육·해·공군은 부사관 임용 목표를 모두 못 채웠다. 육군은 6500여명 임관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임관 부사관은 2390여명(36.8%)이었다. 해군은 1650명 목표에 860여명 임관(52.1%), 공군은 1550여명 목표에 1300여명 임관(66.5%)이었다.

특히 병과별 편차가 컸다. 육군은 보병(48.1%), 포병(27.0%), 기갑(22.2%), 방공(30.4%) 등 대표적인 전투 병과가 임용 목표의 절반에 미달했다. 해군의 경우 함정의 무기체계를 운용·관리하는 병기 병과는 36.4%였다. 수상함·잠수함에서 해상 작전을 수행하거나 함정을 정비하는 함정 병과의 임용률은 54.1%였다. 공군은 공병(45.5%) 등 병과에서 임관자가 가장 상대적으로 적었다.

육군(25.0%), 해군(32.4%), 공군(31.6%) 공통으로 정보통신 병과에서 임용률이 저조했다. 정보통신 관련 특기를 가지면 민간에서 취업 기회가 많으며, 대우도 부사관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육군 정보통신 부사관은 “훈련을 나가면 실제 통신을 깔아야 하고, 평소 공부할 사항도 많다”며 ”정보통신 병과라고 상급자가 ‘내 스마트 폰 좀 봐줘라’는 부탁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투병과 부사관이 부족해지면서 기동 훈련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병사(18개월)보다 오래 복무하는 부사관은 군에서 전문적 지식과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육군의 기갑 부대와 포병 부대가 그렇다.

그런데 모 군단의 예하 전차대대 평균 부사관 보직률이 70%대였다. 50%를 간신히 넘긴 전차대대도 있었다. 이 군단에서 자주포로 무장한 예하 포병대대는 평균 부사관 보직률이 60%대였다.

임종득 의원에 따르면 육군 제7군단의 예하 전차대대에서 평균 조종수 보직률이 75.2%였고, 포수는 50.8%였다. 예하 전차대대의 평균 포수 보직률이 41.7%인 사단도 있었다. 제7군단은 대한민국 육군의 유일 기동군단이다. 기동(기갑)·기계화보병·신속대응(공수) 사단 위주로 꾸려져 유사시 적 후방 깊숙이 진격해 결정적 승리를 일구는 임무를 가졌다. 그래서 경례 구호가 ‘북진(北進)’이다.

군 소식통은 “육군의 자주포에서 포반장·조종수·사수·부사수는 부사관이 맡는데, 조종수의 보직률은 50%대다. 조종수가 모자라 야전에서 자주포 10대 중 3대가 놀고 있는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뛰어난 성능으로 전 세계로 수출된 K9 자주포라도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전차대대와 포병대대에서 훈련을 한 번 뛰려면 본부나 옆 부대에서 사람을 꿔와 ‘편조’해야만 일이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편조(編組)는 지휘관이 특정 임무를 달성하려고 부대 구성을 특수하게 계획하는 행위를 말한다.

해군은 병사가 없는 간부함을 지난해부터 시범 운용 중이며, 이를 점차 확대해 간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함정·병기 병과 부사관의 임관 목표를 못 채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간부함도 띄우지 못할 수 있다.

부사관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이 부족해서다. 부사관으로 임관되면 3년 차부터 장기복무를 신청할 수 있다. 군은 신청자 중 근무평정·상훈·교육성적 등으로 장기복무자를 가린다. 장기복무 선발률은 50%대였다. 장기복무에 떨어지면 다시 지원할 수 있지만, 7년 차까지 못 붙으면 군에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전투병과 7년 복무는 민간에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력이라 재취업이 쉽지 않다.

부사관 신규 임관이 줄면 원사와 상사는 많은데 중사와 하사는 적은 역피라미드 구조가 된다. 2030년대 입영 대상자 수 10만명 시대를 첨단 장비와 간부 증원으로 극복하려는 정부의 국방개혁도 어려워진다. 임종득 의원은 “주요 장비를 직접 운용할 부사관이 부족하면 전투력 발휘는 물론, 첨단 과학기술군으로의 전환도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주요 장비 운용 직위에 병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부사관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인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 연구위원은 “부대·전력·병역구조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따진 뒤 크게 바꾸는, 큰 틀에서의 국방개혁을 짜고, 대통령이 힘을 실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사관은 장교와 병사 사이에서 다리로 역할하며, 병력을 통솔하고, 전투력을 유지·향상하는 핵심적 전문 인력이다. 미국 육군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마약 복용자가 늘고 군기가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전후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는데, 개혁 과제 중 하나가 부사관의 강화다. 부사관을 군대의 등뼈(backbone)라며 훈련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했다. 그 결과 미 육군은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군을 100시간 만에 격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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