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년·지방소멸 30년, 이제 마지막 기로 섰다

2025-07-01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1일로 30년이 됐다. 지방자치는 주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의 자율성과 정치 발전을 이끄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치가 행해지는 공간인 지역이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빠르게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국토 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2019년을 기점으로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분단’은 남북 분단보다도 심각한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이 됐다. 주거·취업을 비롯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이 모순에서 비롯된다. 농어촌은 소멸위기, 지방 제조업 도시들은 ‘러스트벨트’화하고 있다. 2000년에는 단 한 곳도 없던 소멸위험지역이 2024년 기준 130곳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난 30년은 지방소멸 30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은 중앙정부의 수도권 편중 정책에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 빗장을 벗겨 대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을 부추겼다. 수도권에 연구·개발센터를 짓더라도 제조 공장은 비수도권에 두는 공간분업도 ‘4차 산업혁명’ 구호가 등장한 2010년대 이후 허물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지만 취업·주거난에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균형발전의 대표 정책 격인 혁신도시도 ‘지역 나눠먹기’식으로 지정돼 효과는 미미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정부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지방소멸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도권·동남권·대구경북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해 활성화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 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균형발전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소멸을 막을 핵심 방안은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만드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와 해운선사 HMM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 북극항로 개발도 이끄는 해양수도로 만들고, 호남을 재생에너지의 국가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된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원장으로 위촉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명실상부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재임 기간이 지방소멸을 막을 마지막 5년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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