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내수회복지원금 등이 포함된 제2차 추경안을 편성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을 하려면 모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2년간 세수는 396조원에서 337조원으로 15%나 감소했다. 경기 둔화도 있었지만 감세 효과도 주요 원인이었다. 재정 여력을 확충하고자 한다면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둘 다 인기 없는 방법이다. 이에, 증세나 국채 추가 발행보다 우선으로 해야 할 일로 비효율적 지출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방안 두 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이북5도회 폐지. 우리나라에 차관급만 5자리가 있는 초거대 위원회가 있다. 바로 이북5도위원회다. 이북5도위원회에는 북의 ‘미수복’ 영토를 통치하고 있는 차관급 도지사가 5명 있다. 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지사다. 2025년에 무려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수복되지 않는 영토를 통치하는 차관급 도지사에게 기사와 관용차는 물론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주고 있다. 업무추진비 약 1500만원은 별도다.
문제는 어떤 업무를 추진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회의 개최 건수가 평균 한 달에 한 번에도 못 미친다. 도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별로 명예시장, 명예군수는 물론 명예읍장, 명예면장, 명예동장까지 위촉하고 이들에게 월마다 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이북5도회가 하는 사업은 북한이탈주민 등 이북도민과 관련 행사를 지원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업에 쓰는 돈은 약 18억원에 불과하다. 18억원의 사업을 수행하는데 100억원에 가까운 인건비, 운영비가 들어가는 조직이다.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위원회 전체를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만약에 북한이 남한을 미수복 영토라고 하면서 시도지사는 물론 읍면동장, 이장까지 선출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북한이탈주민이나 이북5도민을 위한 행사는 통일부가 수행하면 된다. 한 달에 한 번조차 회의하지 않는 차관급 5명이 지속되는 것은 지나친 낭비다. 위원회 폐지는 북한과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하게 된다.
둘째, 석탄·연탄 관련 보조금 정비.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던 마지막 탄광인 삼척 도계광업소가 6월 말 문을 닫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탄광은 민간 탄광 하나뿐이다. 그런데 민간 탄광이 지속되는 이유는 석탄을 캐는 일이 수익이 나기 때문이 아니다. 석탄과 연탄에 지원금이 많아서다. 즉 석탄을 캐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캐고 있다.
2024년 석탄 노동자 등 근로자 대책비만 2000억원이다.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 올해는 1300억원으로 줄었다. 석탄을 캐면 환경오염 등 광산피해(광해)가 생긴다. 정부는 올해에도 광해방지 사업에 무려 880억원을 투여한다. 결국, 석탄 산업은 세금 먹는 하마다. 적절한 감축 지원을 통해 석탄 사업을 정비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석탄 생산을 감축하는 데 올해 31억원을 쓴다. 석탄 생산을 줄이면 돈을 주는 정책이다. 생산을 안 하면 돈을 주는 정책이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생산 감축을 지원하면서 갱도를 확장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석탄을 캐면 주는 보조금이 무려 514억원이다. 줄여도 보조금, 생산해도 보조금이니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셈이다. 왜 석탄에 보조금을 줄까? 저소득층이 연탄을 때니 연탄 가격을 낮추고자 석탄에 보조금 514억원을 주고 연탄에도 추가로 보조금 190억원을 준다.
그런데 왜 저소득층은 불편하고 위험한 연탄을 땔까? 연탄이 싸기 때문이다. 왜 연탄이 쌀까? 석탄과 연탄에 보조금 700억원을 주기 때문이다. 연탄의 시장가격이 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연탄 가격을 억지로 낮췄다는 얘기다.
정리해보자. 우리나라 석탄은 채산성이 없다. 그래서 석탄과 연탄의 시장가격은 싸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억지로 보조금을 주니 연탄 가격이 싸지고, 연탄 가격이 싸지니 저소득층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연탄을 땔 수밖에 없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저소득층은 위험하고 불편한 연탄을 쓰게 강제된다. 만일 석탄과 연탄에 주는 보조금으로 연탄보일러를 바꾸고 에너지 바우처를 주는 것은 어떨까? 정부는 세금을 절감하고, 저소득층은 편하고 안전한 난방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과도한 석탄·연탄 보조금은 백해무익한 일로 보인다. 결국 연탄의 유일한 ‘장점’은 정치인들의 사진 촬영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