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도박 문제에 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4년 무렵이다. 이후 10년 넘게 여러 언론사가 잊을 만하면 이 문제를 다뤘다. 기사가 나오면 처방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남 일 보듯 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 자식에게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모두가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청소년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다르다. A씨의 아들은 현재 도박으로 범죄에도 손을 댔지만, 이전에는 동물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중학교 때부터 도박 사이트 총판을 맡아 친구들의 사이트 가입을 독려한 B씨도 “소위 말하는 일진들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이 하는 것도 많이 봤다”고 했다. 교실을 숙주 삼고 있는 이상 누구도 도박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정부도 남 일 보듯 이 문제를 다루는 듯하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도박하다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매뉴얼이 없다. 수사기관은 해외에 근거지를 둔 골치 아픈 온라인 범죄로 치부할 뿐이다. 도박 사이트를 신고해도 사건 대부분은 미제로 남는다. 전담 기관이 있긴 하지만 치유와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막상 도박 문제가 불거져도 도박을 한 청소년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문제의 근원인 도박 사이트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진 않는다. 모두에게 남의 일일 뿐이다.
가장 약한 고리부터 멍들고 있다. 접한 사례 수가 너무 적어 기사로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의 조선일보 칼럼을 보면 권역별 도박 경험 고교생 비율은 수도권보다 여타 지방에서 높게 나타난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를 운영하며 전국 각지의 청소년 도박 신고를 접하고 있는 조호연 교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하다. 대구, 부산, 경남 김해 학부모들이 전화가 오면 그 양상도 심각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도권 중심으로 사고하면서, 청소년 도박 문제를 남 일 보듯 하는 건 아닐까.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일도, 청소년 도박도 남 일이 아니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ET단상] '잊힐 권리'의 다음 과제, 공공과 민간의 연결이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2/news-p.v1.20251102.d4721bf8097549b0991e2e115e711a4a_P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