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공공성이냐 민영화냐’보다 해상풍력특별법 통과 시급 바다와 바람은 공유재…발전 이익 공유해 기본소득 실현해야

2025-02-20

지난 2월 15일 광화문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여러 깃발과 피켓이 보였는데 그중 ‘공공재생에너지’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기후재난 시대에 역행하는…해상풍력특별법’이란 유인물도 보였다. 한쪽에선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촉구’ 서명이 참가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졌다. 얼핏 보면 같은 주제인 것 같은데 내용을 뜯어보니 방향이 달랐다. 한쪽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국제사회에서 꼴찌 수준인 현 상황을 조장하는 석탄화력발전과 극도로 저조한 재생에너지 성적을 극복하자는 서명이었고, 또 한쪽은 국회 통과를 앞둔 해상풍력특별법(안)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통의 목표는 분명 기후 위기 극복의 열쇠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인데 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해상풍력특별법(안)을 반대한다니…. 자초지종을 알려고 찾아보았더니 시민단체들이 모인 공공재생에너지연대에서 11일 ‘해상풍력 민영화 촉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조장할 해상풍력특별법(안)을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게 눈에 띄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발의된 해상풍력특별법(안) 7개가 공통으로 민영화를 촉진할 것이고 난개발을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입지제도는 민영화를 조장하고, 기존 사업자에게는 기득권 유지와 행정적 지원 등의 우대로 특혜를 주는 것이 되며, 규제되는 30여 개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생태계와 문화재 보호, 안전 절차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중국의 1/100 수준

우려되는 대목들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절차의 간소화라는 게 주로 자본의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도록 기능해 왔기에 그렇고, 공공적인 성격의 풍력자원과 전기를 소수 자본이 민영화로 독점할 수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 법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암흑과 같은 터널을 통과했는지를 돌아보면 해상풍력특별법(안)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해상풍력에 대해 제대로 된 절차나 규제가 만들어진 적이 없기에 하나의 해상풍력발전기만 설치하는 데도 너무나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됐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의 누적 설치량이 3만MW에 이를 동안 우리는 약 300MW로 100배의 차이가 날 정도로 답답한 현실이다. 특히 공기업인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출자, 한국해상풍력(주)을 만들어 서해안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2.5GW(2,500MW)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서남해해상풍력은 시작한 지 10년이 돼서야 실증단지로 고작 60MW를 건설했고, 나머지 2.44GW는여전히 계획으로만 존재한다. 2011년 발표 당시 내걸었던 ‘해상풍력 3대 강국, 대한민국’이란 모토는 거의 사기에 가깝게 될 정도로 지극히 초라한 실적이다.

물론 그동안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용량이 3만MW가 넘는다. 하지만 이 허가량이 모두 성공으로 가기까지는 거쳐야 할 것이 많거니와 준공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게 투명한 예측이 불가하니 진성 사업자가 누구인지도 판단이 어렵게 되는 등 무분별한 난립 현상도 나타나서 해상풍력의 기대효과인 탄소중립과 신산업생태계 구축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일류인 조선해양플랜트 기술을 갖고 있고 각종 뿌리 제조 산업 등 공급망이 갖춰져 있으며 3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탄소 감축에 책임이 있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 되는 꼴찌 성적인 300MW의 해상풍력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대규모 투자 가능한 주체는?

해상풍력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산업이다. 한두 개의 발전기로는 경제성이 없고 단지를 조성해야 해서, 천억 원대에서 조 원대까지 막대한 돈은 필수적이다, 이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공공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서남해해상풍력 사업의 역사를 보면 부정적이다. 공기관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과 성질상 맞지 않는 조직이다. 실적 평가와 인사에 목을 매는 공기관 임원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민간에서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자할 곳은 대기업집단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 소위 재벌들이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오너가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재벌 오너를 본 적이 없다. 그럼 임원 중에서 용감하게 오너에게 직언해 추진하면 되지 않을까? 오너의 눈 밖에 나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어찌 그럴 수 있는가?

한 곳이 있긴 하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다. 돈도 막대하고, 정치권에서 이구동성으로 추인해 준다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경제성이 있어야 추인도 할 것이기에, 대규모로 성공한 선행 사업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진행 중인 민간 자본과 해외 자본의 성공이 중요하다. 조속한 탄소 감축과 탄소중립 시대 신산업생태계 구축이나 RE100이라는 국제 무역 기준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서도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특히 울산에서 세계 최초로 대규모로 진행 중인 총 6.2GW의 부유식 해상풍력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이 그 성공을 본다면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조 단위로 투자하는 석탄 화력은 하락하고 있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바람은 공유재

발전 이익 기본소득으로

지금은 우리나라의 주체적 조건상, 민영화를 이슈로 삼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장단완급‘ 중에 ’단기적으로, 급하게‘ 일을 성사시켜야 할 때다. 흑묘든 백묘든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성공시키는 와중에 법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이익공유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바다와 바람이라는 거대한 공유재에 대해, 정의로운 분배로 ’기본소득‘이 이루어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이 선두에서 성공과 더불어 기본소득이 이루어지는 단초(공유수면 점사용료, REC 가중치, 발주법 지원금, 시민투자배당 등)를 보여줄 것이다. 이분법적인 ’공공성 vs 민영화’ 프레임 대신에 바닷바람이라는 공유재를 공공·민간 협력으로 규범화, 제도화하는 공유화 과정을 통해 기본소득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때다. 법은 현실을 사후적으로 따라간다. 지엽말단의 문제가 있겠으나 법안의 시의성에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급히 정의로운 미래를 앞당겨야 한다. 계엄과 내란 단죄에 이은 새 정부가 조속히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할 제1의 과제이다.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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