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2025-10-12

박상섭 편집위원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가왕 조용필이 1991년에 발표한 ‘꿈’이다.

어느 청년이 성공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간 모양이다.

순진한 동네, 순진한 사람이 사자와 하이에나 등 맹수가 가득한 정글, 서울에서 쉽게 성공할 수 있을까.

조영남의 노래 ‘모란 동백’에 나오는 가사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서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와 함께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라는 부분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구절이다.

순진한 청년은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숲인지 늪인지 모른다.

그곳에 사는 맹수들만 잘 안다.

맹수들이 노려보는 가운데 내가 서 있는 곳이 늪인 걸 아는 순간,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을 생각하는 것이다.

조용필은 노래 ‘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한 바 있다.

어느날 젊은이들이 도심으로 몰리면서 농촌에 젊은이들이 없다는 신문 사설을 읽은 후 안타까운 마음에서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용필은 이 노래 ‘꿈’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라고도 말한 바 있다.

▲가왕 조용필이 1997년 이후 28년 만에 공중파 무대에 섰다.

조용필은 지난 6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고척스카이돔에서 특별 무료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가왕은 ‘꿈’을 비롯해 ‘모나리자’ 등 28개의 곡을 열창했다.

이날 콘서트에 참석한 1만8000 여명의 관객들은 감동의 선율에 몸을 실었다.

조용필은 역시 열정이 가득한 영원한 청년이다.

▲1980년대 초.

한국 사회를 지배한 어둠의 황제는 전두환이었지만 젊은이들의 감성을 지배한 이는 조용필이었다.

사람들은 햇빛이나 바람, 달빛, 물, 공기, 봄, 가을 등에 빚을 지며 살아간다.

1980년대 젊은이 중에는 조용필에게 감성의 빚을 진 이가 많을 것이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성직자의 몫만큼이나 고결하다.

조용필의 꿈은 ‘노래하다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죽지 않고 영원히 노래하는 가수가 됐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가 남긴 노래가 그를 그렇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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