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예고 우리금융·은행 검사결과, 설 지나면 나온다

2025-01-19

정국 불안으로 두 달이나 미뤄졌던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가 설 연휴 이후인 다음 달 5일쯤 나올 전망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운맛'을 예고한 만큼, 이번 검사 결과가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미칠 영향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의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 5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정기검사를 받은 KB, 농협금융에 대한 검사 결과도 같이 발표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예상보다 일찍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 것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초 두 달간의 검사 이후 지난해 12월 검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12·3 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국정 혼란이 이어지며 발표시점은 두 차례에 걸쳐 미뤄졌다.

이 원장이 우리금융의 경영상태를 공개적으로 지적해왔던 만큼, 금융권은 검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결과 발표를 미룬 것과 관련해 "검사의 중요성이나 검사 과정에서 밝혀낸 위법 행위의 엄중함에 대해서 인식을 달리하거나 더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제대로 원칙적으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께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번 금감원의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동양·ABL생명 인수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은 더욱 집중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15일 금융당국에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감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인수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관건은 경영실태평가 결과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우리금융이 이번 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정기검사에 2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96%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조정되더라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동양·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은 "등급 또는 기준 등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4년 LG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3등급을 받았음에도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보험사 M&A 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매물 적체 현상도 심화되고 있고, 동양·ABL생명을 인수할 다른 후보도 마땅치 않아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에 진출하지 않아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우리금융에게 이번 보험사 인수는 간절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 누적 당기순이익(2조 6591억 원)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3%(2조 5244억 원)에 달한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은행의 수익 감소가 점쳐지고 있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자산 건전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과거 선례를 봤을 때 M&A 자체는 결국 승인할 것으로 본다"며 "내부적으로도 제재와 인수를 연계시키지 말라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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