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럼증 혹은 현기증이라고 하는 단어는 아주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감각을 표현한다.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고 말할 때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서 말했던 이중의지에 의한 영혼의 현기증, 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에 어지러움을 느낄 때처럼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고 아찔한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제자리에서 코끼리코 놀이처럼 코를 잡고 허리를 숙이고 제자리에서 여러번 돌 때나 초고층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도 순간 어지러움을 느낀다.
우리 마음과 몸이 급격한 외부의 변화상황에서 똑바로 서 있거나 자세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생리적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반복되고 심하면 병리적 어지러움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인체는 시각, 귀의 전정기관. 뇌, 소뇌와 뇌간 그리고 신체감각과 자율신경계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조율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각각의 기관에 하나 이상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를 보면 50대의 A는 10년전부터 앞으로 쏠리며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하고 발 밑 땅이 움직여서 훅:꺼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핑도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전의 일을 마치고 점심먹으러 나가면서 걸을 때 혹은 커피숍에서 줄서서 기다릴 때 처럼 예기치 않게 어지러웠다. 최근 몇 달 더 심해져서 병원에서 검사상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을 진단받다고 하였다. 몇 병원에서 큰 호전이 없어서 내원하였다.
A는 5-7일에 대변을 1회 보는 오래된 변비, 귀를 비롯해서 피부의 염증이 자주 생기고 잘 낫지 않았다. 잠들기 어려운 불면경향, 경추의 긴장과 추간판탈출증, 화병과 절망감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동반되는 우울감, 뇌가 과민해져 있는 중추성 감작의 소견을 보였다. 일련의 증상들은 자율신경과 면역기능의 저하에 영향을 주었기에 상담과 통합한방치료를 통해서 기능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치료를 하었다.
A의 어지럼이 절반이상 순조롭게 좋아지고 있을 무렵 처음 내원할 때처럼 어지럽다면서 다급히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귀의 외이도에 염증이 있어서 이비인후과에서 항생제 등등의 약을 며칠전 처방받아 복용을 하였고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복용하고 있는 6가지약은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그리고 위장약, 호흡기 감염 치료제, 알러지질환 치료제, 비충혈제거제였는데 이 중 4가지가 드물게라도 어지럼증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이었다. 귀의 염증이 다소호전된 상태라 약을 중단하였고 치료를 지속하였다. 어지럼증은 다시 잦아들었고 2개월여가 지나서 처음 내원시의 고통이 10이라면 1,2 정도로 일상에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정도로 호전되었다
A는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 중에 뇌-자율신경의 기능이상으로 기립성저혈압이 발생했다
화병과 신체화장애 양상도 같이 있었다. 나이가 들고 전정기관과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호전되는 중에는 양약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다시 어지럼이 발생했다.
하나의 어지럼증은 이렇게 복합적인 조건들로 발생하고 호전과 악화에 상호 영향을 미친다. 소화 대변 등 장기능의 저하, 불면으로 인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은 자율신경기능과 면역을 저하시킨다. 오랜기간 분노와 슬픔 등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화병과 신체화 장애도 자율신경기능저하와 어지럼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