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언덕길을 조금 올라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제주도의 화산석을 가공하여 지은 회색의 성당과 우측으로는 사제관, 수녀원, 교육관, 장례식장과 사무실로 사용하는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당 건물뿐 아니라 걸어가는 바닥도 화산석으로 되어 있어 성당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건물 형태는 기존에 보아왔던 성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면은 둥근 모습이나 성당 뒷부분으로 돌아가면 성체를 1/4로 쪼갠 모양이라고 한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매우 밝다 했더니 천정이 원형으로 뚫려 있고 그곳에 십자 모양으로 만들 유리창이 들어가 있다.
사무실에 들려 성당 사진을 촬영하러 왔다고 하자 성당 안으로 안내해 전등을 켜 주면서 마음껏 촬영하고 나갈 때 소등 방법을 알려주고 가신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성당 안은 제대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형으로 신자석이 배치되어 있어 제병을 1/4로 쪼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대에도 하늘로 뚫려 있어 햇볕이 들어온다. 내부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 미사 드리는 신자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잡아줄 것 같다.
십자가에 있는 예수님도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인자하고 평화스러워 보여 미사를 드리거나 성당을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이 위안받지 않을까 한다.
성당 주위에 있는 큰 소나무를 전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의 머리를 깔끔하게 깎은 것처럼 전체적인 분위기가 산뜻하다. 지난여름에 울창했던 것에 비하면 잘 다듬어졌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성당 입구 왼쪽에는 돌로 쌓은 굴 안에 하얀색의 성모님이 모셔져 있고, 오른쪽에는 현무암으로 쌓은 돌 위해 종탑이 세워져 있는데 형태로 보아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원이 깔끔하게 잘 가꾸어져 있고 군데군데 의자가 놓여 있어 신자나 순례객들도 앉아 쉬면서 묵상하거나 아름다운 성당을 관람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1년 지어진 이 성당은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 대상 공모에서 창의성과 예술성이 인정되어 선정된 건물이다.
표선성당은 복음이 전래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문헌상으로는 1964년 한 신자의 집에 모여 첫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공소가 설립되었으며, 1967년에 경당을 건립하였고 1997년에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고사리 판매 등 신자들의 노력으로 2011년 5월에 현재의 성전을 봉헌하였다고 한다.
o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동서로 169
o 전화번호 : 064-787-0173
o 주변 가볼만한 곳 : 제주민속촌, 성산일출봉, 제주 허브동산, 세화항, 제주조랑말타운
조남대 작가ndcho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