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인정 없는 구조, 가족 생계 책임에도 월급 제자리"
특수고용직, '최저임금' 사각지대 호소…"보장해달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ㅤ"요양보호사들은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요. 결국 최저임금이 제 임금이에요. 가장 힘든 건 임금이 적다는 것과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거예요. 올해는 한 달에 80만 원도 못 받고 있어요"
9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노동자 실태조사 증언대회'에 참석한 요양보호사 노창옥씨는 이같이 말했다.
노 씨는 "한 달 최저임금이 209만 원일 때 (시간당 급여로 받기 때문에) 180만 원도 못 받는 요양보호사들이 대부분"이라며 "방문 요양보호사도 월급제가 시행되면 고용과 임금이 안정될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빠르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 5년 이상 근무자 70%…절반 가량 월급 200만원 못 받아
이날 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550명 중 5~10년 근무자가 26.2%(406명), 10년 이상 근무자가 46.4%(719명)이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인 것이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48.5%는 월평균 200만 원 미만, 40.6%는 200만~250만 원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30원으로, 주 40시간 근무·월 209시간 근무했을 때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 6270원이다.
이승효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장기근속자가 70%가 넘는데도, 월급이 최저임금에 멈춰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서비스연맹은 학교 비정규직, 마트(유통산업), 콜센터, 요양보호사 등 여성 노동자가 많은 직군"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시장은 중장년 여성의 생계형 일자리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실태조사에도 응답자 91.9%가 여성, 8.1%가 남성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는 50대가 6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8.2%, 60대 이상 8.6%, 30대 5.3% 순이었다.
생활비 중 가장 많은 지출 항목은 식비(65%)였다. 이어 대출 상환(48.4%), 주거비(29.5%), 의료비(22.9%), 전기 냉난방비(20.5%), 교육비(19.3%) 순으로 집계됐다.
체감 물가 상승 속도와 임금 인상 속도를 묻는 질문에 물가가 훨씬 빠르다는 응답이 96.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물가가 훨씬 빠르다는 응답만 봐도 괴리가 있는 주장 아니냐"고 지적했다.
◆ "식비·차비 줄여도 생활고"…특수고용직, 최저임금 사각지대 호소
증언대회에 나온 노동자들은 생활고를 호소하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씨도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만 100만 원이 넘게 나가고, 수시로 병원에 가고 있어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며 "식비와 차비를 아끼느라 누군가 만나는 걸 삼가고, 30분 정도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요양보호사를 최저임금 차등적용 업종으로 거론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차등적용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일을 관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토했다.
플랫폼 배달 노동자인 김영덕 씨는 "낮에는 시간당 8000원, 저녁 피크 시간대에는 1만 1000원을 받지만, 기름값과 식사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며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일한 만큼 최소한만 보장해 달라. 특수고용직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해 달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방문 점검원인 이동춘 씨는 "우리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유류비, 주차비, 식대, 제품 관리 카드를 작성하는 볼펜도 자비 지출해야 한다"며 "정규직이 받는 비용들을 제외해 (시급을) 산정했더니, 방문점검원들의 최저 시급은 4520원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책임을 못 지면 정부가 나서서 방문점검원들의 최저임금 적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와 기업,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