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의 아픈 손가락 '솔리다임'이 출범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예고했다. 올해는 낸드 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3.9% 증가한 8조8488억원의 매출과 8306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 2021년 1074억원, 2022년 3조3257억원, 2023년 4조34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흑자 전환은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에 반영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솔리다임은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출범시킨 자회사다. 당시 인수 결정은 낸드 역량을 강화하고, D램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진행됐다.
하지만 인수 직후 낸드 시장이 급락세에 접어들며 솔리다임의 행보도 위축됐다. 2022년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낸드 가격은 무려 50% 이상 떨어졌고, 솔리다임도 조(兆)단위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SK하이닉스의 전체 재무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고정비 부담과 생산 효율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SK하이닉스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성능·대용량 SSD에 대한 수요도 본격화돼 솔리다임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환기를 맞이했다. 솔리다임은 AI 훈풍에 힘입어 현존 최대 용량인 eSSD 양산에 성공하며 SK하이닉스 실적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솔리다임이 내놓은 제품은 122TB(테라바이트)가 구현된 QLC(Quadruple Level Cell) 신제품 'D5-P5336'이다.
올해 분위기도 밝은 편에 속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낸드 평균판매단가(ASP)는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5~20% 하락했으나, 2분기부터는 최대 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솔리다임은 낸드를 소재로 SSD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낸드 ASP가 오르면 수익성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SSD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글로벌 고객을 기반으로 향후 관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그간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총 2단계에 나눠 인수를 진행해왔다. 1단계는 2021년 말에, 2단계는 지난 3월 마무리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는 솔리다임을 통해 이뤄졌으며, 인수 총금액은 88억4400만달러(약 11조1205억원)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낸드 업황 침체로 솔리다임이 적자를 보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낸드 가격이 반등세를 보였고 AI 수요와 기업용 SSD 덕분에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에는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