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를 잘하는 학교, 이제는 축구도 가장 잘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서울 보인고 김석한 이사장(70)의 간절한 바람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대통령 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기간 중 본지와 만나 “보인고는 서울대 등 국내 최상위 대학에 전국 일반고등학교 중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학생들을 보냈다”며 “지금 잘하고 있는 보인고 축구부도 더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보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인고는 거의 매년 전국대회에 1회 이상 우승하는 학원 축구 최강호 중 하나다. 최근 충북 제천에서 끝난 금배에서도 3위에 올랐다. 역대 대통령 금배에서 우승 3번, 준우승 3번을 거둔 금배 단골 출전팀인 동시에 부평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우승컵을 품은 학교다.
보인고는 학생 선수 전원이 교내 생활관에서 거주한다. 식사, 취침, 운동, 공부 뿐만 아니라 개인 운동도 교내 시설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좋다. 김 이사장은 “지금 교내 인조잔디 구장을 보수하고 있다”며 “인조잔디 아래 열풍 시스템과 스프링 쿨러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정비 비용만 12억원 안팎에 이른다. 열풍 시설이 완비되면 겨울에도 운동장을 얼지 않게 유지하면서 훈련할 수 있다. 잉글랜드, 일본 등은 축구장 아래 열선 시스템을 깔아서 한겨울에도 정상급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풍 시스템이 완비된 구장은 극소수다.
보인고는 학부모로부터 회비를 받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올해부터 간식비조차 학부모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고 모두 학교가 지원한다”며 “이제 학생 선수들은 공부하면서 축구에 전념하면 되고 학부모도 경제적 부담 없이 아들을 좋은 선수로 길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학교팀은 1인당 매월 100만원 정도를 부모로부터 회비로 걷어 지도자 월급, 식사비 등으로 활용한다. 보인고 사령탑은 김형겸 감독으로 지난 2월 전임 심상보 감독(52)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26세 때부터 보인고 축구부 코치로 일한 심 전 감독은 현재 체육부장으로 보인중학교 축구부 등 축구부를 통틀어 책임진다. 심 부장은 현재 체육교사며. 김형겸 감독도 감독이 되면서 체육교사가 됐다. 신분과 급여가 안정된 지도자들은 보인고 축구부에 더욱 더 전념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보인고 교사 정년이 62세”라며 “보인고 축구 지도자들은 신분에 대한 걱정 없이 오직 학생 선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인고는 오는 10월 네덜란드로 2주간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어 12월에는 도쿄 등에서 12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사이타마 국제대회에도 출전한다. 일본 전지훈련은 지난해에도 다녀왔다. 대회 참가와 전지훈련 비용 등을 모두 학교가 제공한다. 김 이사장은 “외국에 나가서 좋은 팀들과 자꾸 싸워봐야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며 “보인고가 축구 명문고로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인고는 자립형 사립고다. 지난해까지 축구부 신입생을 12명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15명으로 늘었다. 김형겸 감독은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오후, 야간 등 하루에 두차례 훈련한다”며 “웨이트트레이닝장 등 모든 시설이 학교에 있어 학생들과 지도자 모두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인고는 인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다. 경기가 끝나면 보인고 선수들은 상대 벤치로 가서 상대팀 지도자에게 인사한 뒤 상대팀을 응원하는 부모들에게도 가서 고개 숙여 예를 갖춘다. 상대 지도자에게 인사하는 것은 거의 모든 팀이 하고 있지만 상대 부모까지 찾아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대통령 금배에서도 보인고는 17세 이하 유스컵에서 우승한 뒤 준우승한 신평고 선수들을 격려했고 본 대회 결승에서 패한 뒤에도 우승팀 벤치와 응원석을 찾아가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김 이사장은 “축구,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며 “보인고는 공부도, 축구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축구 사랑은 유명하다. 서울시축구협회 부회장(1994~2004년), 전국중등축구연맹회장(2004~2016년·명예회장 포함) 등을 역임했으며,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김 이사장은 선수 출신은 아니다. 중동중, 보인고를 졸업한 김 이사장은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뒤 2004년 인수 절차를 밟아 모교 이사장을 맡았다. 올해로 개교 117주년을 맞은 보인고는 1981년 축구팀을 창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