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금융공기업 통폐합···'밥그릇 싸움' 고비 넘길까

2025-09-02

금융공기업이 통폐합 기로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수가 많다며 직접 통폐합을 지시한 가운데 금융공기업 또한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에도 꾸준히 금융공기업 통폐합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나왔지만 관계 기관, 노조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돼 왔다.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정부발(發) 통폐합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재정 부담 감축을 위해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로 했다.

금융공기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공기업도 너무 많아서 기능 조정이 필요한 기관들"이라며 "통폐합 문제를 다룰 TF를 만들 것"이라고 저격했다.

금융공기업 가운데 정부의 통폐합 대상으로 떠오르는 기관은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수출입은행(수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다. 이들은 타 기관과의 업무 영역 중복에서 통폐합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신보와 기보는 중소기업 보증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보는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데 특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의 중복보증 금액이 연간 1조원 대에 달하는 등 일부 기업에 지원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복 보증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다양한 기업이 자금 보증 기회를 받기 위해선 중복 보증이 줄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 논의는 이전에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보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책금융 역할을 재편한다는 내용이 추진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통폐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은과 무보 또한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다. 두 기관은 수출입 기업에 대한 보험 및 보증 영역에서 중복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수은법 개정으로 건별 한도를 두고 역할이 나눠졌지만 예외 조항 등으로 업무 중복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수은은 수출기업 지원 업무 분야에서 산업은행과도 겹친다.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주금공과 HUG의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공기업의 개혁은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업무 중복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노조의 반발, 기관 간 갈등 등으로 매번 무산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간에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은 각 기관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각 기관들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무산돼 왔는데 이번이라고 다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금융공기업의 주무부처가 다르다는 점 또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신보(금융위원회), 기보(중기부), 수은(기획재정부), 주금공(금융위), HUG(국토교통부) 등 각 기관의 주무부처가 달라 소관 기관·업무 영역에 대한 민감성으로 금융공기업 통폐합은 그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지 차이에 따라 이번 개혁의 성공 유무가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 통폐합'을 언급하며 TF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 통폐합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다 인정하겠지만 오랜 기간 각 기관이 해온 역할이 있는 만큼 통폐합 과정에서의 진통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지, 진행 과정에서 해당 기관이 맡고 있던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노조의 반발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개혁이 원래 좀 아프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방향성을 잡고 강하게 추진해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