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데 유난히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책 한 권 읽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오래 걸리거나 읽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몰라 읽는 부분을 또 읽게 된다.
책을 오래 읽으면 두통이 생기고 글씨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얼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난독증(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학습장애)의 한 종류인 얼렌증후군은 색각이상 중 하나로 망막과 시신경 사이에 있는 간상체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력 검사를 하면 이상이 없는데도 글씨가 흐리거나 겹쳐 보인다.
얼렌증후군은 이러한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얼렌 박사의 이름을 딴 것으로 미국에서는 인구의 12~14%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렌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시각 왜곡이다. 책을 읽을 때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면서 서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한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줄을 건너 뛰거나 읽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 경우가 많다. 또한 시각이 왜곡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눈이 쉽게 피로하고 눈 충혈, 두통, 어지럼증, 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얼렌증후군은 대뇌 시상의 ‘마그노 세포(이전에 인식했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롭게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세포)’ 이상으로 발생한다.
마그노 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시지각적 학습 정보가 망막을 거쳐 대뇌로 전달될 때 들어오는 정보들이 겹친다. 또 정보처리 과정에 과부하가 걸려 시각 정보 인식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특정 파장의 빛이 지나치게 많이 투과돼 시각 정보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현재 얼렌증후군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다. 다만, 색소 렌즈 안경을 착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색소 렌즈 안경은 특정 파장의 빛을 차단해 눈과 머리의 피로를 줄이고 글자를 더욱 또렷하게 보일 수 하므로 검사를 통해 효과적인 렌즈의 색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얼렌증후군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시각 치료, 학습 치료 등 전문다가 처방한 치료 프로그램을 꾸준히 잘 이행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 경과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증후군은 치료 과정이 길고 힘들 수 있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지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