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女를 섹스 인형 취급"…생부 DNA 찾는 그들 사연 [세계한잔]

2025-01-26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필리핀 홍등가에서 성매매 관광 뒤에 태어난 아이를 버린 생부의 유전자(DNA)를 추적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호주의 한 시민단체가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앙헬레스 릴리프'는 지난 10년간 필리핀 성매매 관광 후 태어난 아이를 버리고 간 생부, 이른바 ‘배드 파더’를 추적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 성범죄자를 잡아내는 영국 비정부단체(NGO)인 '그들의 외침을 들어라(Hear Their Cries)'의 설립자인 변호사 앤드루 매클라우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매클라우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쇄 살인범을 잡아낸 '골든 스테이트 킬러' 재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매클라우드 변호사는 SCMP에 "수십년 전에 확보한 DNA로 연쇄 살인범을 추적할 수 있다면 아이들을 버리고 간 생부도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렇게 하면 생부에게 자녀 양육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앙헬레스는 미 공군기지 근처 마을로 번성하면서 환락가가 됐다. 미군은 1990년대 초반 철수했으나 홍등가는 여전하다. SCMP에 따르면 앙헬레스엔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의 '성(性) 관광객'이 몰린다. 필리핀에서 매춘은 불법이지만, 관련 산업은 성행하고 있다. '아시아 관광에서 아동 성매매를 끝내자'는 단체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80만명의 성 노동자가 있는데 이 중 최소 10만명이 아동이다.

사회복지사인 팸 양코는 성 노동자 대부분이 빈곤 가정의 여성이라고 전했다. 앙헬레스의 유아사망률은 필리핀 평균의 3배다. 영양 실조 등이 만연하는 탓이다. 이 지역에선 초등학교 졸업자도 거의 없을 만큼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아이들의 삶이 열악하다 보니 서방 국가의 법원은 생부를 찾아내려는 단체의 활동에 동정적인 입장으로 협조하고 있다. 그간 자원봉사자 등이 DNA 샘플의 70%에서 생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단체에 따르면 생부에게 연락하면 대부분은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앙헬레스 릴리프의 창립자인 마가렛 사이먼스는 "생부의 10%만이 자발적으로 자녀를 부양한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 양코는 "여기 오는 남성 대부분은 필리핀 여성을 '섹스 인형'으로 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일부는 생부에게 양육비를 받는데 성공했다. 성 노동자이자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마리아(15·가명)는 어린 시절을 거리에서 구걸하며 보냈다. DNA 검사 결과, 생부는 50대 후반의 호주인으로 밝혀졌다. 생부는 한 달에 약 250달러(약 36만원)를 마리아에게 보내주고 있다. 다만 마리아와는 절연하고 싶어한다고 SCMP는 전했다.

사이먼스는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DNA 검사 이후 법적 절차에 비용·시간이 많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생부 없이 절박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할 아이들이 수천 명 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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