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인공지능(AI) 기술패권 전쟁'의 시대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급속하게 성장 중인 AI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4년간 720조원을 AI에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162조원 규모 AI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부도 AI 대전환에서 예외일 수 없다. 미 연방정부는 2024년에 37개 기관에서 총 1757건의 AI활용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국세청(IRS)은 AI를 활용해 과거 신고 데이터 패턴 분석을 통해 단순 규칙 기반 시스템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지능적인 탈세 시도를 탐지하고 조사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AI 도입이 곧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OECD가 2023년 발표한 'Government at a Glance'에 따르면,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한 정부기관의 약 60%가 여전히 초기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AI라는 최신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에만 집착해, 현재 행정 업무 프로세스와 정합성 확보, 직원 AI 리터러시 제고와 변화관리, 데이터 품질 관리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생산성 향상과 정부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제는 'AI를 도입하자'는 구호를 넘어, 'AI 도입을 위해 공직 내부 일하는 방식과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AI와 협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AI가 제공하는 분석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에 맞는 유연한 업무 프로세스와 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AI 도입의 진정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기술, 사람, 프로세스, 제도가 함께 변화하는 총체적인 혁신을 통해 'AI 시대의 정부'가 아니라 AI로 일하는 진정한 'AI 정부'를 만들어 내야 한다.
AI 정부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과 국민을 위한 '대민 서비스' 등 다양한 공공부문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단순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회의록 정리, 수많은 자료의 취합 정리, 관련 법령 및 판례 검색 등의 업무는 AI가 상당 부분 자동화해 처리할 수 있다. 공무원은 확보된 귀중한 시간을 활용해 인간의 공감 능력과 사회적 상호작용,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창의적 정책 대안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 기반 대민 서비스는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민원의 온라인 처리를 넘어 AI가 먼저 파악해 개인의 상황에 맞는 답변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AI 강국' 실현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국제 평가에서 미국, 중국 등 선도국 그룹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국가 전반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은 AI 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강력한 성공 DNA와 정부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로벌 최고로 발돋움한 디지털정부 발전 경험, 그리고 세계적으로 높은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춘 국민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을 정부 시스템 전반에 효과적으로 접목하고 경제·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최적 토양이다. 과거 정보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우리가 불과 십수년 만에 '세계 최고의 디지털정부'라는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듯이 이제는 그 저력과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한다. AI 시대, 글로벌 선도 국가로 우뚝서는 'AI 정부 코리아'의 미래가 머지 않았다.
송석현 한국디지털정부학회장·국립경국대 교수 ssh0423@g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