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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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계절에 몸이 무겁거나 나른해지고, 의욕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계절 탓이 아닌 계절 변화에 민감한 내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특히 봄철 우울증은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s)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조량 급감·급증에 따른 무기력함
계절에 따라 우울함과 무기력이 몰려왔다가 계절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주기가 반복되는 증상을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일조량의 감소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우울증의 경우 식욕이 줄고 불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은 무기력하고 수면 시간이 과하게 늘어난 경우, 과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처럼 일조량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해 오전에 양질의 햇빛을 적절히 받으면 밤에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한다.
이렇듯 햇빛은 멜라토닌의 농도조절과 관련이 깊은데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 깨지면서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내 활동이 지나치게 많거나 밤 늦게까지 휴대폰, TV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악화된다.
하지만 계절성 우울장애가 꼭 해가 짧은 계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다른 말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도 하는데 즉, 햇빛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심한 조증에 빠지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울감에 빠지는 식으로 계절의 변화에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통칭한다.
이런 날씨 변화에 민감할수록 혹독한 추위를 버텨낸 뒤 맞는 봄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률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봄철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자살률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일조량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우울증 환자는 급격한 감정 기복을 느끼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사로운 봄볕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봄철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가 빨리 지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자살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봄철 자살률이 겨울철보다 20~30%포인트 높다. 일조량 증가와 그에 따른 기분 및 호르몬 변화, 미세먼지 등 계절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시작’을 뜻하는 ‘봄’은 상대적으로 더욱 심한 박탈감과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졸업, 입학, 취업, 이사 등 신변의 변화가 커질수록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칫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주변의 그런 상황과는 달리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고립을 느낄 수도 있다.
일조량 감소에 따른 우울증 치료로는 광치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루 일정 시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치료 방법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우울감을 완화시킨다. 또 야외에서 행하는 적당한 신체활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을 증가시켜 봄철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유산소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재생 및 가소성이 향상돼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 가 활발해지고 생체리듬이 안정돼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봄철 우울증’에도 일주기성 리듬을 유지하도록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불면이 심해지더라도 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을 지양해 수면패턴을 원래대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 조절에 도움이 돼 장기적으로 수면의 질, 기분 상태까지 개선할 수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유지하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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