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이 들면 뱃살만 찔까?”…드디어 밝혀진 과학적 이유

2025-05-11

“뱃살 그냥 찌는 거 아닙니다”…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발표 연구

중년기 기존 지방세포 팽창보다는 새로운 지방세포 ‘생성’이 원인

‘나이 들어 살찐다’는 통념 넘어 세포학적 메커니즘 규명한 전환점

나이가 들면서 체중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도 유독 뱃살만 늘어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복부 내장지방은 단순한 외형상의 문제를 넘어, 노화를 가속화하고 신진대사를 둔화시켜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각종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중년 이후 복부 지방이 늘어나는 정확한 생물학적 원리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에는 나이가 들수록 체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젊을 때와 같은 식습관을 유지하더라도 체중이 증가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세부터 60세까지의 성인은 평균 에너지 소비량이 거의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에너지 소비 감소는 중년기에 체중이 증가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가 중년기 뱃살 증가의 핵심 원인을 밝혀냈다. 미국 UCLA 의대와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복부 내장지방이 증가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지방세포 전구세포(APC)’의 작용을 지목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 분자·세포내분비학 교수 치옹 왕(Chih-Hong Wang)은 “노화가 새로운 유형의 성체줄기세포 출현을 유도하고, 이 세포들이 복부에 집중적으로 지방세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체내 내장지방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증가한다.

첫째는 기존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고, 둘째는 지방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성숙 세포인 ‘지방세포 전구세포(APC)’가 새로운 지방세포로 전환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생후 9개월 이내의 젊은 쥐와 인간의 40~65세에 해당하는 생후 12개월 중년 쥐에 각각 APC를 이식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젊은 쥐에서는 기존 지방세포가 커지며 내장지방이 늘어난 반면, 중년 쥐에서는 이식된 APC가 새로운 지방세포로 분화해 내장지방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중년기에는 기존 지방세포의 팽창보다는 새로운 지방세포의 생성이 주요한 원인임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생후 18개월(인간의 노년기)에 해당하는 쥐에서는 이러한 APC의 활성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즉, APC를 통한 지방세포 생성은 주로 중년기에 활발히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중년 이후 복부 비만의 원인을 세포 수준에서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기존의 ‘운동 부족’ 또는 ‘대사 저하’ 이론을 넘어서는 중요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중년기 복부 지방 축적을 억제하려면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특정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세포 전구세포의 분화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분자들인 백혈병 억제 인자 수용체(LIFR)와 STAT3 단백질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세포 기반 표적 치료제가 향후 복부 비만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는 통념을 넘어 중년기 복부 지방 증가의 세포학적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LIFR, STAT3 같은 분자를 겨냥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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