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 일반 병사까지 투입한 것에 대해 군인 자녀 둔 부모들은 “내란범 경호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현역 장병 부모 서모씨는 지난 9일 “계엄 때도 1차 체포 영장 집행 때도 사병 동원 안 했다고 했지만 결국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차라리 전쟁에 투입되는 게 낫지 관저에서 총알받이로 쓰이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이러라고 군대 보낸 게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이모씨는 “수사 중인 불법적인 일에 대한민국 청년이 동원된다는 게 개탄스럽다”며 “폐쇄적인 조직에서 말단 병사가 문제 제기도 못 할 텐데 이 불명예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러 부모가 “아들과 며칠째 연락이 안 되고 있다”, “2차 영장집행 때도 투입될까 겁난다”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국방부에 항의 전화 등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역 장병 부모들이 결성한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부모연대)는 이날 “군인 아들들의 사기와 명예를 헌신짝 취급하는 경호처의 불법과 오만함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아들들에게 내란범 호위 사병의 오명을 뒤집어씌우려는 경호처의 추악한 난동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부모연대 관계자는 “경호처가 초법적 지휘 권한을 부여받은 듯 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전국의 부모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한달 가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내란범 호위 사병의 오명을 뒤집어씌우려는 추악한 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6일 “채증을 토대로 (경호처가 집행을 막을 때) 사병이 어느 정도 동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호처는 지난 3일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찾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수방사 소속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 수십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보호대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이지만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 지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경호처에 전달했고, 55경비단 단장에게도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