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환율전쟁 조짐에…달러 대비 원화 값 1480원 깨졌다

2025-04-09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하면서 불똥이 한국 외환시장으로 옮겨붙었다. 미국 관세에 대응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자, 위안화에 동조하는 원화 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도 1년 5개월 만에 2300선 아래로 하락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 값은 오후 3시 30분(주간거래)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9원 내린(환율은 상승) 1484.1원에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원화 값은 미국이 예정대로 상호관세를 발효하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높아진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104%’ 관세폭탄을 맞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위안화에 동조하는 원화 값 하락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관세에 환율로 맞선 中, 역외 위안화 사상 최저치

9일 중국 인민은행은 역내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7.2066위안’으로 전 거래일보다 0.04%(0.0028위안) 절하(환율은 상승)했다고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5거래일 연속 낮춘 것이다. 이는 2023년 9월 11일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달러화 표시 중국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이 부과한 관세 부담이 덜어진다.

역외 위안화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7.429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위안화 역외거래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사상 최저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상호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7.5위안까지 떨어뜨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관세전쟁 환율전쟁으로 확전 양상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환율 카드로 대응하면서, 미국과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달러’를 원하는 미국은 중국의 의도적인 위안화 절하를 용납하기 어렵다. 또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 미국이 부과한 관세 효과도 반감된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에서 “중국은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관세 등 무역제재의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만든 보고서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에서 “징벌적 관세 이후, 유럽과 중국과 같은 무역 파트너가 관세 인하를 대가로 통화 협정에 더 수용적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 등 일부 동맹국은 환율을 미국 관세 협상의 의제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엔저(엔화 약세)’를 문제 삼은 만큼 환율이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춰 미국 관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율이 워낙 높아 이를 모두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위안화 값을 너무 떨어뜨리면, 자본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도 환율 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면 달러당 원화가치가 1500선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강경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당)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금리 경로도 안갯속, 경제 불안 커져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놓으면, 세계 경제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가와 금리 경로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호 관세 부과에 물가 상승률이 다시 확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추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률 재확대 우려에 전 거래일(4.18%) 대비 0.11%포인트 급등한 4.29%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경기 침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아진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의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일단 현상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국과 협상이 실제 이뤄지면, 그때 경제적 대응 방향의 방향성이 결정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2300선을 내줬다.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1.74%) 하락한 2293.7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1월 1일(2288.64) 이후 처음이다. 상호관세 부과와 원화 가치 하락에 이날 외국인은 7084억원, 기관은 12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14.14포인트(2.15%) 내린 644.31로 장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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