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합병비율 상향했지만 주주가치 훼손 지적 '여전'

2024-10-21

합병비율 1대 0.031 → 0.043로 '상향' 조정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배임 논란 해소 노력

단순 시가총액 기준 산정 불합리...공정가치로 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두산그룹이 결국 합병가액과 합병 비율을 조정했다.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안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알짜 회사인 밥캣과 '고평가' 논란이 있는 로보틱스를 단순 주가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한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대여론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로보틱스와 밥캣 지분을 가진 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으로 공시됐다. 이는 기존 비율인 1대 0.031에서 상향조정된 것이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건을 각각 의결했다.

이에 따라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배임 논란 해소 노력

비율 변경 전에 비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가게 된다. 주식가치를 7월11일 이사회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고 두산 측은 설명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또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투자 법인(두산밥캣 지분 보유)-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면서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회에서 '배임' 지적을 받은 내용으로, 두산이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밥캣을 로보틱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분할합병을 택한 것은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범죄 혐의가 있어서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에너빌리티 주주 손해가 우려되는데 금융감독원이 해당 신고서를 그냥 수리한다면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이 된다"고 금감원에도 경고했었다. 김 의원은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했다.

◆ "적정 시가총액, 로보틱스 7000억원 vs 밥캣 15조원"

합병 비율 조정에도 주주이익을 침해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간 1조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 계열사 밥캣과 적자를 지속하는 로보틱스를 단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가치 평가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의 허점 때문이지만 로보틱스는 주가 고평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난 7월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관련 간담회에서 "현행 자본시장법상 두 회사를 합병할 때는 별도의 공정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게 돼 있다"며 "이를 통해 매출이 183배 차이 나는 로보틱스와 밥캣이 시가총액이 5조원으로 같다는 이유로 동일한 가치로 평가됐다"고 꼬집었다.

밥캣의 외국인 기관투자자인 미국계 펀드 텐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자체 계산한 결과 두 회사의 적정 시가총액은 로보틱스 7000억원, 밥캣은 15조원이므로 둘 사이의 합병은 4대 96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로보틱스의 주가 고평가 논란이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로보틱스의 문제는 업황이 아닌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며 "로보틱스가 '제2의 테슬라'냐, 일반 전기차 종목이냐 논란에서 후자일 것 같다는 우려"라고 꼬집었다.

테슬라도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란 이유로 과거 적자를 내면서도 주가는 고평가 됐었다. 이후 판매량이 늘면서 주가에 대한 논란을 해소했다. 다만 테슬라 외의 다른 전기차 및 관련주의 주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로봇산업도 미래 먹거리라는 기대로 주가가 오르지만, 로보틱스의 기술력이 테슬라가 될 수 있냐라는 의문이다.

◆ 얼라인 주주행동주의 참전 선언...영향은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두산 합병 과정에 참전을 선언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라인은 앞서 SM엔터테인먼트와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펼치며 일정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얼라인은 밥캣 지분 1%(100만3500주)를 확보한 뒤 지난 15일 밥캣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 4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4가지 요구사항은 ▲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향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에 활용하기로 했던 1조5000억원의 특별 배당 계획 즉시 발표 ▲글로벌 동종기업 수준으로의 주주환원율 정상화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내 발표 ▲이사회 구성의 의미 있는 개편과 제도적인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조치 등이다.

얼라인은 다음 달 15일까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공시, 기업설명(IR), 언론 등 공개적인 방식으로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두산의 합병 관련 강도높은 공개 발언을 하고,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재차 정정요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산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시장 요구에 맞고 주주가치 환원 정신에도 맞는 방향으로 수정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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