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12년만에 V3 가격 인상, 배경은

2024-10-21

안랩이 12년만에 기업용 V3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안랩의 최근 녹록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메꾸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12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결 정책을 유지했던 안랩이 “오래 참았다”는 의견도 있다. 안랩의 결정은 정말 불가피했을까. 배경은 무엇일까.

안랩은 내년 1월1일부로 기업용 V3 제품군의 가격을 25% 인상한다. V3 제품군 외에 SW제품의 가격 20% 올리기로 했다. 개인용 V3와 어플라이언스 제품은 인상 범위에서 빠졌다.

안랩은 이번 인상 결정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향상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조치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랩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안랩은 2024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094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104억원, 65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45%가량 하락했다.

매출은 소폭 늘었으니 예년보다 솔루션 판매가 부진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뭘까. 힌트는 반기 보고서에서 얻을 수 있다.

안랩의 주장처럼 ‘투자’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반기보고서에 담긴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332억원이다. 매출액의 30.3%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2023년과 2022년 연구개발 비용이 27% 초반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높아졌다.

사람도 늘었다. 지난해 말 1269명이었던 본사 임직원수는 올해 상반기 1309명으로 40명 더 많아졌다.

연구개발에 쓰는 돈의 비중이 높아지고 직원이 많아지니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안랩 또한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구개발 분야 투자의 지속으로 영업이익에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산이 변하고 남는 12년

안랩의 결정을 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최근 IT 업계는 연구개발 비용 투입이 대세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대로 어찌됐건 실적을 메꾸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공존한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AI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 연구개발 인력을 늘리는 추세”라며 “투자를 먼저 늘리는 시기라 실적이 안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 12년만의 인상 아니냐”고 말했다. 안랩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확대와 맞물려 오래 참았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을 거란 이야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구실이 좋아도 결국 실적 메꾸기 아니겠냐. (가격 인상이) 이익을 반등시키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후자가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안랩의 올해 상반기 매출 69.4%는 V3를 포함한 보안 솔루션에서 나왔다. 이번 인상은 분명 내년 실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개발 확대 외에도 인수합병 등 미래 먹거리를 계속 발굴하는 상황에서 간판 솔루션을 통한 이익 확보는 필수다.

안랩은 지난 4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문기업 클라우드 메이트 지분 95.71%를 15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번 달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버 보안 기업 SITE와 합작법인(JV) ‘라킨(Rakeen)’의 설립 절차를 마무리 짓는 등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안랩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걸쳐 원자재, 제품, 서비스에 대한 가격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랩 관계자는 “인건비 외에도 신기술 개발과 클라우드 등 새로운 분야 보안 기술 개발과 관련된 인프라 투자 비용도 상승했다”며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안랩의 기업용 V3 가격이 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랩의 기업용 백신 상품인 V3 오피스시큐리티의 1년 구독료는 라이선스당 2만2000원이다. 장치 10대 기준으로는 22만원이 든다.

같은 기준으로 노턴과 카스퍼스키의 기업용 백신 SW 정가는 각각 24만9990원, 37만원이다. 안랩 V3에 비해 최소 10%에서 60% 가까이 높다. 안랩의 설명처럼 원가 상승과 더불어 전체 마켓 지형 차원에서도 인상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안랩 관계자는 “제품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임직원 증원과 투자를 이어왔다”며 “대표적인 기업용 V3제품군의 경우 2013년 출시 후 지속적으로 기능 업그레이드를 제공해 왔지만 기준가격표의 인상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번 인상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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