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융합망 2차사업 제안요청서 사전 유출···통신장비 품질 테스트 규정 삭제 논란도

2025-05-15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 예정인 제2차 ‘국가정보통신망 백본전송망 구축·운영 사업’(국가정보통신망 사업)의 제안요청서(RFP)가 사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RFP는 사업 공고와 함께 게재하는 것이 원칙으로, 특정 업체가 유출된 정보를 입수할 경우 사업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향신문이 통신업계를 통해 확보한 2차 사업 RFP를 보면 이 문건의 작성시점은 지난 1월이다. 문건 표지에는 작성자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의 담당자들 이름이 명시돼있다.

국가정보통신망 사업은 정부 부처와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통신망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묶는 범정부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공동 전송망을 이용해 구축·운영비를 줄이고, 제1망·2망으로 이원화해 장애가 있을 때에도 국가 정보통신망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일명 ‘국가융합망’이라는 사업명으로 800억원 규모의 1차 사업이 종료 예정이다. 내년부터 832억원의 예산을 들여 2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사업 공고 시점이 확정도 안된 상태에서 RFP가 유출된 것이다.

RFP는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에 사업의 목적과 범위·요구사항·평가 기준 등을 안내하는 문서다.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에 같은 정보를 제공해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 효율성을 높이는 게 주된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RFP 유출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안요청서에 나온 기술규정 등을 미리 알게 되면 입찰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주성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RFP는 사업자를 뽑을 때 이런 걸 해주길 원한다고 공표하는 건데 유출됐다는 건 시험문제를 시험날 똑같이 주지 않고, 특정인에게 먼저 주고 미리 학습하게 한 것과 비슷하다”며 “일주일 전에만 먼저 알아도 입찰에서 훨씬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사업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 A씨는 “국자원은 맨몸으로 들어가 맨몸으로 나와야 할 정도로 보안이 센 조직이다”면서 “2차 사업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사업자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출된 문건에 기재된 일부 기술규정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건에서는 기술규정 중 ‘통신사 BMT(벤치마크 테스트) 장비 사용 규정’이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MT는 도입 장비의 성능, 안정성, 호환성 등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장비를 선정하는 절차다. BMT 규정이 사라지면 사업에 쓰일 통신장비 선정 시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당장 통신업계에선 “특정 외산 업체가 BMT 규정 삭제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BMT는 정말 안정된 성능을 갖춘 장비와 시스템을 납품하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절차”라면서 “BMT가 없다면 납품회사가 규격은 맞지만 가격이 싼, 그래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할 수 없는 제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자원은 문건에 대해 “1월에 열린 정보화사업심의위회원 전후해 작성한 버전(문건)으로 보인다”며 내부 작성 문건임을 인정하면서도 “유출된 경로는 알 수 없고, 해당 문건이 최종 버전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자원은 “최종 RFP에는 국회 요구에 따른 감사결과를 반영해 서비스 장애 시 복구기준, 지선망의 대역폭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수정 내용이 담기게 된다”며 “BMT 규정은 전문가 지적을 반영해 최종본에는 넣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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