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은 영원히 ‘고가 장비·기술’이어야 할까? 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고급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의 가격은 약 20만 달러(약 2억8000만 원)에 달했다.
이러한 고가의 구성은 휴머노이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용 로봇 또한 시스템통합(SI), 프로그래밍, 컨설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최종 도입 가격이 대당 최소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로봇(AMR) 분야 역시 이러한 높은 가격 장벽에 직면해 있다.
업계는 단순 하드웨어 가격 외에 현장 지도화(Mapping)과 SI 비용까지 포함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이는 소규모 현장일 수록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고, 결국 로봇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현장에서는 로봇이 여전히 실험실이나 공장 깊숙한 곳에 머무는 핵심 이유로 이 가격 장벽을 꼽고 있다.
미국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업체 1X테크놀로지스의 베른트 뵈니히(Bernt Øivind Børnich)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휴머노이드는 오랫동안 연구실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제한적 활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인공지능(AI),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범용 AI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이 저렴한 가격에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며 “기존처럼 제한된 구역을 벗어나 인간의 실생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언급처럼 로봇 시장의 핵심 변수가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으로 이동했음이 명확해졌다.
전 세계 로봇 개발 주체가 높은 가격의 정밀 센서와 최첨단 구동부(Actuator) 개발·탑재에 집중한 것이 로봇의 단가를 높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로봇 대중화’라는 과제가 기술의 고도화가 아닌 가격이라는 실용적인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실용성이 있으면서도 값싸고 외관이 눈에 가는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사용자의 심리를 꿰뚫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한 핵심 주장은 하드웨어에 집중된 로봇 산업의 구조를 기존 대비 저렴한 멀티 카메라와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전환해 ‘중저가 대량 생산 실용품’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로봇은 왜 비싼가’를 관통하는 역발상, 카메라·AI로 구상하는 가격·생산성 변혁

국내 AMR 기술 업체 뉴빌리티가 제시한 ‘초고성능 스포츠카(페라리)를 만들지 말고 경차(스파크)를 선보이자’는 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기술 전략으로 이어진다. 뉴빌리티의 이 관점은 로봇 단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고가의 정밀 라이다(LiDAR) 센서에 대한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이사는 “기존 AMR이 주로 수백만 원대의 라이다를 핵심 센서로 사용했다면, 뉴빌리티는 대안으로 그보다 저렴한 멀티 카메라와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3차원(3D) 인지 기술 고도화에 집중했다”고 내세웠다. 사측에 따르면, 이 결정은 로봇의 하드웨어 원가를 타사 대비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로봇 설계 및 구성요소를 전환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이 자율주행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즉 역발상으로 기반으로 한 AMR 기술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빌리티는 시각 AI(Vision AI) 기반의 독자적인 기술을 고도화해, 라이다 기술 없이도 실내외 복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들의 비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력은 국내 최초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획득의 구체적 성과로 입증됐다. 해당 인증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40조의2에 근거해 마련된 법정 의무 인증으로, 로봇의 안전성을 국가가 공인하는 기준이다. 이 과정에서 ▲속도 제어 ▲비상 정지 ▲장애물 감지 ▲횡단보도 통행 ▲운행 구역 준수 ▲관제 장치 등 정부의 16가지 안전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또한 뉴빌리티는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기존의 법·규제로 인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울 경우, 해당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이러한 특례 적용을 기반으로, 편의점·대학교·도심 등 실생활 환경을 중심으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5개의 카메라에서 얻는 방대한 2차원(2D) 영상 정보를 딥러닝 모델로 처리해, 실시간으로 3D 공간을 정확히 인지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강한 햇빛, 빗물, 눈 등 기상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고 정확한 환경 인지 능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더해 복잡한 도심 보행자 환경 및 비정형화된 공장 환경까지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이상민 대표는 이를 검증하는 하나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AI 반도체 및 컴퓨팅 기술 업체 엔비디아(NVIDIA)의 기조연설에 국내 로봇 업체 중 유일하게 언급됐을 정도로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반의 성능 최적화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뉴빌리티는 하드웨어 원가를 최소화하고, 부족분을 높은 수준의 AI 기술력으로 보완했다. 이로써 로봇을 연구실의 ‘실험 도구’가 아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중저가 솔루션’으로 탈바꿈시킨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 이상민 대표는 여기에 설치 시간을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하는 등 도입의 용이성까지 극대화했다고 단언했다.
“데이터 기반 운영 혁신”...로봇을 가전제품으로 만든 로봇 통합 관제·운영 기술
뉴빌리티가 제시하는 또 다른 로봇 대중화 공식은 하드웨어 가격 인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봇 도입 후 발생하는 높은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가격 장벽을 낮추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뉴빌리티는 이를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 관제 플랫폼 ‘뉴비고(Newbego)’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피력한다.
이 플랫폼은 하드웨어의 가격 경쟁력으로 로봇을 대중화하는 것을 넘는 사측의 핵심 비전이다. 총소유비용(TCO) 자체를 낮추는 것을 바라보는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로봇 도입에서 가장 큰 허들은 초기 비용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운영 비용”이고 설명했다. 이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로봇 대중화는 더욱 미뤄진다는 진단이다.
뉴비고는 현장에 투입된 수많은 로봇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제어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뉴비고가 로봇의 위치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선다는 개념을 앞세웠다. 로봇이 주행하며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 즉 ▲주행 거리 ▲배터리 소모 패턴 ▲돌발 상황 발생 빈도 등을 지속 학습해 로봇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 방법론이다.
이상민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로봇은 가전제품처럼 친숙하고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며 “값싸게 사서 복잡한 SI 공수 없이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로 바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이때 핵심은 고장 나기 전에 알아서 점검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뉴비고는 자동화된 경로 생성 및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현장 상황이 바뀌어도 엔지니어 없이 경로를 최적화하고, 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기능으로 로봇이 고장 나기 전에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선제적인 유지보수를 지원한다. 뉴빌리티는 이를 사용자의 로봇 운영 인력 및 비용을 획기적인 절감하기 위한 혁신 접근법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설계 역량은 지난 2022년 'iF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 제품 부문 선정과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본상 수상으로 인정받았다. 이들 행사는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으로, 다양한 요소의 역량을 검증하는 하나의 척도로 인식된다.
이상민 대표는 “뉴비고는 단순 관제 시스템이 아니다. 로봇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는 로봇운영체제(ROS)이며, 이를 통해 배달 총비용을 크게 낮추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청사진은 장기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명시적인 배달료 부담까지 낮추고, 요식업 경영주가 대량 판매를 통해 수익을 달성하는 구조로 시장을 혁신하기 위한 회사의 의지로 풀이된다.
‘라스트 마일’ 넘어 ‘퍼스트 마일’로...고가반하중 AMR 키우는 존재감

뉴빌리티는 사업 초기에 배달·순찰 전용 로봇 플랫폼 ‘뉴비’를 통해 물류의 최종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배송 시장에서 기술적 검증을 완료한 바 있다. 지금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발판 삼아, 제조·물류 내부 이송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시장 내 영역 범위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성남시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의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 자체가 법적·제도적 제약이 풀린 환경에서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보는 실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뉴빌리티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사측은 특히 국내 통신사 및 승강기 제조 업체와 손잡고, 로봇의 수직·수평 이동을 구현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승강기 연동 기술 표준 개발에 집중하며 도심 서비스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상민 대표는 이러한 기술적 검증과 협력 체계 구축 경험에 대해 “무인 지게차나 무인운반차(AGV)가 담당하던 고중량 AMR 분야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도심에서의 배송 성공 경험은 혹독한 환경에서의 시험을 통과한 것과 같다”며 “이 같은 노하우와 기술 역량은 제조 현장의 정형화된 환경에 더욱 쉽게 적용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뉴빌리티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능력과 견고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현장 내부에서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물품을 안정적으로 이송하도록 돕는다. 대상은 공장·물류센터부터 농업 현장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AMR 플랫폼은 최대 200~300kg급의 중량물까지 처리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염두에 두며, 산업 현장의 실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뉴빌리티는 경기 파주시 소재 LG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식음료(F&B) 배달 서비스를 정식 공급하는 등 산업단지에서의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기에 IT 플랫폼 업체 현대벤디스의 모바일 식권 플랫폼 '식권대장'과의 연동을 통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상민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을 특정 용도가 아닌 범용의 노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로봇이 저비용으로 높은 운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AMR 도입을 주저했던 중소 규모의 생산 현장과 물류센터에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산업용 AMR 시장 진출은 뉴빌리티가 지금의 라스트 마일 영역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다. 생산 시작점인 ‘퍼스트 마일(First Mile)'과 중간 물류 과정 '미들 마일(Middle Mile)'까지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범용 플랫폼 업체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이상민 대표는 끝으로 “국내외 로봇 산업이 빠른 성장 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가(高價) 허들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국내 로봇 생태계 안에 지속적인 협력 기조를 구축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로봇 플랫폼을 제시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뉴빌리티는 자사 중저가·고효율 로봇 기술을 내세워, 로봇 도입을 고려하는 잠재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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