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성능을 제미나이 3.0을 통해 입증하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아성을 위협하자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탈(脫)엔비디아 행보가 GPU 시장의 구조적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반론도 있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구글을 제외한 다른 빅테크들은 여전히 GPU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고 구글의 자체 칩 확산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처 다변화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미나이 3.0의 성공으로 ‘GPU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이 제미나이 3.0 훈련 과정에서 GPU 의존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구글만의 케이스일 뿐 전체 AI 생태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픈AI나 메타, xAI 등 다른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오픈소스 모델 진영은 여전히 엔비디아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시대, 엔비디아 GPU ‘자물쇠 효과’ 여전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다가오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글자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나 로봇 제어 분야에서는 3차원(3D) 공간 구현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 영역에서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소프트웨어 인프라(옴니버스 등)의 장악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GPU의 락인(Lock in·자물쇠)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인프라 전략 역시 ‘TPU 올인’보다는 ‘하이브리드’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 클라우드는 ‘AI 하이퍼컴퓨터’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자사 TPU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의 H100, 블랙웰 기반 GB200 등을 모두 포함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미나이 서비스 자체는 TPU를 메인으로 쓰더라도 클라우드 고객용이나 범용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여전히 GPU가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큰손’ 구글 잡은 삼성·SK, HBM 공급 확대 청신호
설계·파운드리 역량 보유한 삼성 추가 일감 기대도

오히려 업계는 구글의 독자 노선 강화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칩의 종류가 GPU든 TPU든 고성능 메모리는 필수적이라서다. 구글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HBM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한 2025년 구글 향 HBM 출하량 전망치를 보면 이러한 구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올 연말까지 구글에 공급될 HBM 물량 중 SK하이닉스(000660)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출하량으로 환산하면 약 18억 기가비트(Gb)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005930)의 약진이다. 삼성전자는 구글에 공급되는 HBM 중 33%를 차지하며 약 10억Gb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 점유율 7%(2억Gb)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구글이라는 거대 고객사를 통해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TPU 확산은 엔비디아의 독점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어 메모리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호재”라고 전했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역량을 가진 삼성전자에 주문형반도체(ASIC) 주문이 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GAM] '구글 TPU 위협론' 엔비디아 강세론자들의 항변, 4가지 논거](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